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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제가 만들었죠"

박태진 기자I 2017.06.20 14:00:00

이달의 기능한국인에 동상 제작·보수 38년 박상규씨
“품위 있는 국보급 조형물 제작이 꿈”
광화문 세종대왕·이순신장군 동상 대표작품
해외 수출 활발…후학 양성에도 힘써

△38년간 금속 조형물을 제작해온 박상규 공간미술 대표가 6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됐다.(사진=고용노동부)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금속 조형물은 디자인과 설계가 아무리 좋아도 주물(鑄物)이 나쁘면 작품 가치를 잃게 됩니다. 한국적이면서 품위 있고 몇 백 년이 지나도 국보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형물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40여 년간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등 전국의 1만 여개의 금속 조형물을 제작해오며 해외로 수출까지 하고 있는 박상규(52·사진) 공간미술 대표를 6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박 대표는 1984년 순천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사촌형이 운영하는 주물 작업장에서 기술과 경험을 쌓은 후 지난 2000년 금속조형물 제조업체인 공간미술을 창업했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설계와 제도, 판금, 선반, 용접 등 기계 분야의 기본과정을 배운 그는 2학년 2학기 때 주물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고교 졸업 후 알루미늄을 녹여 창틀 새시를 만드는 회사에 취업해 경력을 쌓았다. 이후 사촌형의 제안으로 조형물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는 “작더라도 직접 작업장을 만들어보라”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2000년 수중에 있던 300만원으로 창업했다. 경기도 김포의 496㎡(150평)짜리 돼지 막사를 월세로 빌려 직원도 없이 아내와 단둘이 밤낮없이 일했다.

그는 조형물 제작 의뢰가 꾸준히 늘어나자 직원도 채용하고 공장 환경도 조금씩 개선했다. 특히 신도시 개발 등의 이유로 공장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박 대표는 안정적인 작업장 마련을 위해 2008년 현재 회사 소재지인 경기도 이천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그는 2009년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을 제작한 것 외에도 이듬해 같은 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수하고 2015년 국회의사당 내 무궁화 모양 ‘국회 상징표지’도 제작했다. 또 전남 완도에 있는 국내 최대 입상 동상인 ‘장보고 동상’ 등을 제작한 조형물 제작 분야를 대표하는 숙련기술인이다.

박 대표는 해외에도 조형물을 수출해왔다. 영국 벨파스트 항구에 설치된 12m 높이의 해마상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각지에 말 동상 50여개를 만들어 수출하기도 했다.

그는 충북 음성에 있는 직업기술학교(전문건설공제조합 기술교육원)에서 매년 학생 2~4명을 추천받아 직원으로 채용해 조형물 제조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대구가톨릭대와 산학협력을 체결하고 기술 지원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청년들이 대기업 취업에만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택한 분야에서 재미를 느끼며 매진했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오직 실력으로 인정받는 전문가가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이달의 기능한국인 시상식은 이날(20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부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이기권 고용부 장관이 참석해 박 대표를 축하하고, 공간미술 근로자들과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2006년 8월부터 시작한 이달의 기능한국인 선정 제도는 10년 이상 산업체 현장실무 경력이 있는 사람 중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능인을 매월 한명씩 선정·포상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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