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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비난한 두테르테, 트럼프엔 구애…대중 남중국해 갈등 때문?

김형욱 기자I 2017.04.10 12:46:25

신임 외교장관 "美와의 관계 강력"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중 벌어진 인권 문제를 지적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의 유대관계를 중국 견제용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두테르테 정부가 지난달 새로이 임명한 외교부 장관 엔리케 마날로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우리와 미국의 관계는 강력하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6~7일 1박2일 일정의 첫 정상회담을 벌이던 중에 보낸 메시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오바마에게 “지옥에나 가라”고 맹비난하며 중국과 러시아에 구애했었다. 오랜 우방인 미-필리핀 관계도 틀어지는 듯했다. 마날로는 그러나 지난해 갈등 상황을 헝겊 조각(rough patches) 수준으로 평가 절하하며 “이런 것들로 우리 핵심 관계가 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달라진 태도는 당장 남중국해 분쟁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해 국제법 판결에서 졌음에도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두테르테는 이에 이달 초 이곳 영유권을 지키기 위해 이곳을 점령하고 거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 방문 때 친 중국적 발언과 함께 중국으로부터 240억달러(약 27조원)어치의 투자유치 약속을 받아낸 때와는 상반되는 태도다. 마날로는 “내달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만날 것”이라며 “양국 정상회담도 연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두테르테의 좌충우돌식 외교 정책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경제 부문에서 많은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필리핀으로선 남중국해의 이권이나 미국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협조 없이는 중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인 6.5%를 달성하기 어렵다. 마날로 역시 이를 의식하듯 “중국과도 관계 향상을 위한 다리를 짓는 중”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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