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야권의 ‘선거개입’ 비판에도, 충북(LG)과 전북(효성)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잇따라 방문하는 초강수를 뒀다. 미국·멕시코 순방을 다녀온 지 이틀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0대 국회는 변모해야 한다”며 사실상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도 불사했다. 야권은 “지방 순회 행사를 중단하라”며 강력 반발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맞은 지난 2월25일 대전(SK)을 시작으로 대구(삼성·3월10일), 부산(롯데·3월16일), 경기(KT·3월22일) 등 미국·멕시코 순방 직전까지 창조경제 현장점검 및 청년 일자리 창출 행보를 펴왔다. 여기에 현충사 방문 및 현대차 아산공장 시찰(3월18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개소식 참석(3월25일)까지 더하면 박 대통령의 지방행은 한 달 보름새 7차례에 달했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행보 재개는 이번 미국·멕시코 순방 때 창조센터 출신 창업기업들이 ‘1:1 비즈니스 상담회’를 통해 해외진출에 속속 성공하는 등 ‘창조경제 선순환’ 성과가 가시화한 바 있어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실제 충북 창조센터 출신의 에코힐링과 전남 센터의 마린테크노, 인천 센터의 아이리시스 등 입주기업들은 이번 순방 1:1 상담회를 통해 수출계약이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충북 청주의 충북 창조센터를 방문, 전국 창조경제센터 성공기업들과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앞으로 창업에 도움되는 법안들은 좀 지체 없이 빨리빨리 통과시켜 주는 그래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많이 주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에 선거가 진행이 되고 있는 20대 국회는 확 변모되는 국회가 되기를 여러분과 같이 기원하겠다”고 ‘선거’를 직접 언급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노동개혁 4법 및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불발로 꾸준히 제기해왔던 이른바 ‘국회심판론’의 연장선으로 풀이됐다.
박 대통령은 충북 센터 방문 이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전북 전주의 전북 창조센터도 찾는 강행군을 폈다. 통상 박 대통령이 순방 직후 여독을 풀고자 2~3일간 외부 일정을 잡지 않은 것과 대비됐다.
정가에선 ‘전국투어’와 같은 박 대통령의 지방행을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질 않는다. 충청 지역은 그동안 역대 선거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톡톡히 해온 데다, 청주의 4개 지역구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경쟁후보와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다. 충북은 박 대통령의 모친인 고(故)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옥천이 있는 곳이기도 해 이번 행보가 충청지역의 보수표 집결 효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지난 5일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방문 직후인 이날 오후엔 원유철 원내대표가 충북을 찾아 후보자들을 지원 사격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마치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한 몸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전북 센터가 위치한 전주의 경우도 야권의 텃밭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이명박(MB) 정부 시절 농림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후보가 고군분투하는 지역이다.
야당은 ‘선거 개입 의도’라며 즉각 반발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선거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지방 순회 행사를 중단할 것”을 강력 요구했고, 이상돈 국민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이야말로 구태 중 구태”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경제를 우선으로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