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창립 45주년 생일에 외국인을 등에 업고 축포를 터뜨렸다.
3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5.33%(6만3000원) 오른 124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분기 실적 우려로 108만원대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단숨에 120만원 중반까지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가 120만원을 회복한 것은 지난달 19일 이후 처음이다. 사흘간 주가 상승률도 14%에 이른다.
삼성전자 거래량은 이날 72만주가 넘어섰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이날만 삼성전자 주식 약 2617억원을 사들이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발표된 실적은 예상대로 실망스러웠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연결기준) 매출은 47조4500억원, 영업이익은 4조600억원, 당기순이익은 4조222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7%, 60.0%, 48.8% 각각 감소한 수치다.
지난 7일 발표한 잠정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은 4500억원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00억원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로 떨어져 8.55%를 기록했다. 특히 4조원대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1년 3분기(4조3300억원) 이후 최저치다. 영업이익률도 역시 2011년 4분기(9.87%)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보다 주주환원책에 반응했다. 이명진 삼성전자 IR그룹장(전무)은 전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제반 사항을 고려해 내년에 주주환원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4분기 실적발표 때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되면서 주가는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발언이 나온 당일에만 삼성전자 주가는 4.51% 급등했다.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실적발표를 기점으로 나타나고 있는 주가 상승은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확대 기대감때문”이라면서 “주가는 역사적 저점에 근접하고 실적도 바닥을 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만큼 주주환원 정책 논의 구체화는 트레이딩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 지배구조 문제가 재부상될 조짐을 보이면서 관련주 주가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불리고 있는 삼성SDS의 상장을 코 앞에 두고 있는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지분 매입, 2년 만의 삼성증권 자사주 매입 등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이날만 4.48% 급등했으며, 이날까지 무려 6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