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현대제철과 세아그룹이 동부특수강 인수전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25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동부특수강 인수의향서(LOI) 접수 결과 현대제철과 세아그룹을 포함한 4곳이 동부특수강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단 흥행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동부특수강 매각 주최인 산업은행은 이날 LOI 접수 결과 국내 전략적 투자자(SI) 3곳와 재무적투자자(FI) 1곳이 최종 접수를 마감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딜로이트안진은 내달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11월 실사를 진행한 뒤 주식매매계약(SPA)를 맺는다. 거래 종료는 내년 1월이다.
매각대상은 동부특수강 지분 100%다. 산은 프라이빗에쿼티(PE)가 매각을 위해 지난 6월말 해당지분을 11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산은PE는 매각금액이 인수금액인 1100억원을 넘을 경우 그 매각차익의 일부를 동부제철에 돌려준다는 언아웃(Earn out) 계약을 맺었다. 산은PE가 차익의 대부분을 넘긴다는 입장이므로 매각대금의 상당부분이 동부제철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전에서는 현대제철과 세아그룹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 기업은 그동안 동부특수강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여왔다.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지난 2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4 국제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전’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부특수강 인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의 생산시설을 활용해 현대·기아차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목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최근 세아베스틸의 포스코특수강 인수가 임박해지자 현대제철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특수강이 세아베스틸로, 동부특수강이 세아특수강으로 매각되면 세아그룹은 특수강업계 절대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이 경우 현대제철이 2016년부터 시작하려고 추진 중인 특수강 사업이 시작부터 어려워질 수 있다.
세아그룹의 경우 특수강 산업과 자동차 부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7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의욕적으로 이번 인수전을 준비해 왔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역시 “동부특수강 인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세아그룹이 뛰어들면서 인수가격은 당초 업계의 예상가격인 2500억~3000억원 수준 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특수강 시장점유율은 세아특수강이 42%로 1위, 동부특수강 23%로 2위다. 동부특수강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4064억원, 영업이익은 196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