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서남표 "5년 뒤 성과 나타날 것..문화가 가장 아쉬워"

김혜미 기자I 2013.02.05 16:38:28

퇴임 전 마지막 기자간담회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한국에선 아무도 안 알아주지만 로버트 러플린 전 총장 시절 2년 동안 공헌한 게 참 많습니다. 그 분의 공헌은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다는 것이었죠. 총장은 관리자나 지도자가 아니라 비전을 뽑고 방향을 정하고, 큰 그림을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총장직을 오래하다보니 이런 저런 평가가 있었지만, 5~10년 뒤에 보면 좋아질 것입니다.”

퇴임을 앞둔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떠나는 자의 소회를 풀어 놨다. 서 총장은 오는 23일 ‘서남표식 개혁’을 외친 지 6년 반 만에 카이스트 총장직을 떠난다. 전임 러플린 총장처럼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중도하차한다.

서 총장은 “앞으로 매사추세츠공대(MIT)에 가면 미국에서부터 KAIST까지의 경험과 혁신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을 쓸 계획”이라며 “카이스트는 잘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중간에 떠나지만 자신의 방향은 옳았다는 속마음의 우회적 표현이다.

이에 문화적 차이를 핑계삼아 섭섭함을 표현했다.

서 총장은 “세계 일류 대학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화가 있다”며 “학문에서 뚜렷한 일을 한 사람들이 자연스레 지도자가 되고 존경받는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달려드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학기술자는 동료가 아닌 역사와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 총장은 카이스트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그는 “그동안 모바일 하버처럼 안된다고 했던 일들이 모두 이뤄졌다”며 카이스트의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미국 경제사정이 나빠져서 취직 어려워졌을 때 우리가 젊은 교수 60명을 데려왔고, 젊은 교수들의 수가 350명에 이른다”며 “앞으로 5~10년 뒤 KAIST는 빛을 발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총장은 지난 2011년 초 이후 발생한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사건 이후 교수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퇴진 요구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7월 서 총장에 대한 계약해지 안건이 이사회에 상정됐지만 해임안 처리가 거듭 연기됐다. 서 총장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0월 사퇴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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