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벌어지는 각종 분쟁과 관련해 이미 영국 등 외국인 변호사들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홍해·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지정학적 갈등이 우리 기업들의 다양한 법적 분쟁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것을 대입해보면 법률수지 적자가 가속화하는 등 향후 벌어질 사태를 짐작할 수 있다.
|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선장 출신이자 해상법 전공 교수인 김인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가 오는 8월 정년을 맞는다. 현재 전국 25개 로스쿨 중 해상법 교수는 고려대와 부산대에 각각 1명뿐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중앙대, 경희대 등에서 10명의 해상법 교수가 강의를 했다.
고려대도 김 교수의 정년을 앞두고 후임 교수를 채용한다는 계획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충원 순위에서 해상법보다는 민법, 형법, 회사법 등을 가르칠 교수가 우선 고려되고 있다. 해상법 교수 채용이 후순위로 밀리는 이유는 변호사시험에 해상법 문제가 출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은 시험 출제 과목 위주로 수강신청을 하고 수강생이 없거나 적으면 학교도 해당 강좌의 개설 결정을 하기가 어렵다.
김인현 교수는 “과거 사법시험 때는 3년에 한 번씩은 해상법 문제가 출제됐다”며 “변호사시험에 해상법 문제가 안 나오면서 로스쿨에서 해상법 교수가 하나둘씩 사라졌고 그러면서 해상법 문제가 출제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00명에 달하던 해상법 수업 수강생이 로스쿨 도입 후 100분의 1 수준인 20명 정도로 줄었다”며 “해상보험사는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상법, 바다 위 분쟁해결뿐 아니라 산업 촉진 역할”
고려대는 해양법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고(故) 박춘호 교수를 필두로 채이식(해상법) 교수, 김인현(해상법) 교수가 해상법의 학맥을 이어왔다. 김 교수가 일군 로스쿨 산하 해상법연구센터는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그간 ‘한진해운파산백서-법률분야작성’, ‘선주업육성에 대한 연구’ 등 20여건의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이상협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재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 15명의 해상변호사를 배출한 우리나라 해상법의 메카라는 평가를 받는다.
|
김 교수는 “현재 전 세계 해운물동량의 절반 이상을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가 처리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한 법학 부분을 손 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변호사시험 출제 여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우리 기업들이 바다에서 벌어진 각종 법률문제 해결을 위해 영국·일본 등 외국인 변호사들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