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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5년간 산재 사망 500명대로…“중대재해법, 경제형벌 아니다”

최정훈 기자I 2022.07.15 18:16:43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중대산업재해 감축
한국 산재 사망사고 수준, 1970년대 영국과 비슷
尹정부 5년간 OECD 평균으로…산재 사망 500명대 수준
중대재해법 시행령도 개정…“경제형별은 아냐” 일축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새 정부 5년간 산재 사고 사망자 수를 약 500명대로 감축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올해 1월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 중 모호한 부분도 개정하기로 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중대재해 예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 법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제형벌이 아니라고 일축하면서 규제 개선 대상이 아님을 못 박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970년대 영국과 비슷한 한국의 산재 수준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새 정부 업무계획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날 고용부가 보고한 업무계획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등 중대재해 감축 방안이 포함됐다.

고용부는 “우리나라 사고사망만인율은 영국 1970년대, 독일·일본의 1990년대 수준으로, 사망사고는 소규모, 건설·제조업 등 취약분야 중심으로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전년동기대비 사고사망자는 감소하고 있으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현장의 안전 문화·관행 변화는 미흡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사고사망만인율은 0.43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1보다 높다. 사고사망만인율은 사망자수의 1만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으로, 전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산재로 사망하는 근로자가 어느정도 되는지 파악할 때 사용하는 지표다. 특히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고용부가 감독한 사업장 7529개소 중 45%에 달하는 3385개소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주요 선진국 사고사망 현황 비교(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이에 고용노동부는 5년 내 OECD 수준의 안전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중대재해 감축 패러다임을 ’자율·예방’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OECD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연간 산재사고 사망자 수가 500명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오는 10월까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어 소규모 사업장 등 산업재해 취약부문과 원·하청 등을 중심으로 현재 1조1000억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확대해 변화를 유도한다. 배달라이더 등 특고·플랫폼종사자 대상 산재예방 정보 제공 등 안전 인식 제고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중대재해법 시행령도 개정 추진…“경제형별은 아냐”

한편 이번 중대재해 감축 방안에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대재해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고용부는 시행령에 담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등에 담긴 ‘충실히’ 등 모호한 규정을 정비하고 안전·보건 관계 법령 구체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TF를 통해 처벌규정 등 현장 애로 및 법리적 문제점 등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들어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중대재해 시행령 개정에 나서는 것이 결국 새 정부 들어 경영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산재 사고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책임 강화라는 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중대재해법은 기업의 법적인 수용성을 제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시행령을 통해 처벌의 수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법적 수용성을 높이고, 중대재해 예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미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권 차관은 경영계에서 요구한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명확하게 해달라는 요구는 시행령 개정으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책임자 규정의 모호성을 확보하는 것은 위임 한계를 넘어서고, 법률을 개정해야지 정리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행령에서 다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권 차관은 중대재해법이 경제형벌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기획재정부 등에서 추진하는 경제 형벌 규정 개선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재부하고 법무부 주재 회의에 고용부는 참석하지 않았고 참석 대상도 아니었다는 점이 중대재해법 자체를 논의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중대재해법은 고용부에서 자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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