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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대(對) 국민 규제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한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확정된 게 아니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정부 당국은 일단 추후 논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여야의 관련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野 “롤러코스터 도박장 만들어, 혼란 가중”
야당은 정부와 여권을 향해 “미숙한 정책운용을 한다”며 융단폭격을 가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박상기 장관이 어제 갑자기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뒤늦게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혼란을 가중했다”고 날을 세웠다. 김 원내대표는 “멀쩡하던 가상화폐 시장을 법무부와 청와대가 들쑤셔 오히려 급 등락하는 롤러코스터 도박장으로 만들어 놨다”고 일침을 가했다.
같은 당 함진규 정책위의장도 이 자리에서 “가상통화 시장에서 300만명의 거래자들이 관계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부처 간 충분한 사전조율도 없이 성급하게 발표해 극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특히 가상화폐 문제는 단칼에 무 자르듯 접근해서 안 되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신기술 개발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도 논평을 통해 “정부로서는 없애는 것이 관리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자 책임을 회피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처럼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학계와 IT 전문가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시적 안목 없이 단타성 정책을 발표하는 정부가 오히려 시장 교란세력이 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 역시 “생쌀 정책이 나왔다”며 “몇 시간 뒤에 청와대에서 또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與 “당 입장 조율하고 본격 논의 시작할 것”
민주당은 일단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정부와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어제 박상기 장관 얘기는 아직 확정된 얘기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 수석부의장은 “조만간 당정협의를 준비해 일정을 잡을 것”이라며 “(당 차원 TF 구성도) 아직까지는 결정된 바 없고, 당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바로 조율을 하고 논의를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기자들에게 “지금 논의를 하고 있다”며 “가상화폐가 갖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적 측면이 있는 것이고, 투자 차원을 넘어서 투기적 형태로 가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다”고 전했다.
우 원내대표는 “두 측면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게 지금 정부·여당으로서도 고민”이라면서도 “암호 화폐가 가진 산업적 측면을 저해하는 (거래소 폐쇄 등)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의원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흥과 규제 사이에서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가라고 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핫(hot) 한 과제 아니냐”며 “그 과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고 빠른 시일 안에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직접 반대 거래소 폐쇄에 대한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거래소 폐쇄까지 들고 나온 건 저는 좀 더 너무 많이 나갔다”며 “차라리 퍼블릭 블록체인을 갖다 정부가 이것을 인증해주는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이것이 더 맞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