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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비웃는 정치테마株'

김대웅 기자I 2012.09.10 16:36:42

대선 다가오자 열기 ''고조''
거래소 특정종목 지목하며 경고해도 ''콧방귀''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한국거래소의 강력한 경고에도 대선 관련 테마주들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마치 당국의 목소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래소의 주의보 이후 더욱 거침없는 이상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주식시장에서 미래산업(025560) 우성사료(006980)은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유가증권시장에 속한 미래산업의 경우 지난 8월 초부터 주가가 무려 230% 이상 폭등했다. 우성사료도 이 기간 60% 가량의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다믈멀티미디어(093640) 오픈베이스(049480) 한국정보공학(039740) 등도 이날 각각 10% 안팎의 급등세를 보였다. 이들 종목은 모두 지난 6일 한국거래소가 이상급등 정치테마주 9개사로 지목한 회사 가운데 일부다.

해당 기업들은 모두 ‘안철수 테마’로 분류돼 있다. 대부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인연이 미미할 뿐 아니라 사업적 연관성도 희박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인맥 또는 정책 수혜주로 분류되며 동반 주가 급등락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이들 기업의 상당수는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는 등 눈에 띄게 부진한 영업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거래소 역시 이같은 부분을 강조하며 이상급등주에 대한 경보음을 적극적으로 시장에 울린 것이다.

거래소는 지난 8월 주가급변 관련 조회공시요구 종목 중 정치테마주로 알려져 있는 9종목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주가상승률이 102.5%로 나타났지만 뚜렷한 주가급변 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들 업체의 대부분이 전분기 또는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순이익 규모가 감소하거나 적자폭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 주가가 연일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의 광기(狂氣)’라고 지적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는 일반적인 종목의 시세조종 행태와 차별화된 특징적인 매매행태가 발견된다”며 “떠도는 허위사실 또는 풍문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 상위 종목 10위권 내에 무려 4개의 정치테마주가 이름을 올렸다. 우리들생명과학(118000)의 경우 하루 거래대금이 2000억원을 넘어서며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미래산업 써니전자 우성사료 역시 이날 거래대금이 각각 1000억원 안팎을 기록하며 시장의 폭발적인 관심을 입증했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 관련주는 거래소의 경고 이후 무더기 급락세다. 우리들제약(004720)은 이날 전거래일보다 12% 넘게 하락했고, 에이엔피(015260) 역시 13%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우리들생명과학은 6.32% 떨어진 34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들 종목의 하락세 역시 거래소의 경고 메시지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마선언이 임박했다는 인식이 커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민주당 주자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의 경우 한국거래소나 금융당국의 발표가 있으면 테마주들이 잠시라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엔 열기가 전혀 식지 않고 있다”며 “시장의 광기가 잦아들 때쯤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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