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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이달(12월2일~27일) 코스피에서 누적 3조454억원 순매도했다. 경기 둔화와 탄핵 정국 지속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악재로 작용하는 가운데, 강달러 현상이 심화하자 외국인의 매물 출회가 잇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휘 흥국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이어나가며 1500원대를 눈앞에 뒀다”며 “실적 전망 부진 흐름의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이 가중됐고,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매도세를 유지하면서도 강달러 수혜가 예상되는 수출주는 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이 최근 한 주간(12월23~27일)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000660)로 696억원 담았다. SK하이닉스는 IT 수요 부진 속 중국의 저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 확대로 주가 회복이 지연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이 반도체 가격 하락을 상쇄하고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 증가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매수 상위권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방산 수출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도 외국인 순매수 4위에 진입했다, 외국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450억원 순매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주포 ‘K9’와 다연장로켓 ‘천무’ 등을 수출함에 따라 환율 상승 시 실적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외국인은 저평가 종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순매수 2위에 오른 네이버(NAVER(035420))가 대표적이다. 외국인은 한 주간 네이버를 672억원 담았다. 네이버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배로 인터넷 업종 평균 1.7배 대비 낮은 편인데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경쟁 업체들의 최근 주가가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의 순매수 3위와 5위는 2차전지주인 에코프로비엠(247540)과 포스코퓨처엠(003670)이 차지했다. 2차전지주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가능성에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였지만, 내년 미국 및 유럽에서의 전기차 판매 성장 전망 속 낙폭과대 인식에 외국인이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시적 정책 후퇴에 의해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판매 속도가 조금 느려질 수 있지만 2035~2040년에는 판매 비중이 90% 이상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은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현재 K배터리 관련주 전반은 저평가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