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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최근 전국 고2 학생들이 응시한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문·이과 비중이 처음으로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과생으로 분류되는 과학탐구(과탐) 응시생 수가 사회탐구(사탐)보다 7600여명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학년도부터 시행된 문·이과 통합 수능에서 이과생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진 탓으로 풀이된다.
20일 종로학원이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입수한 고2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는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 주관하는 고교생 대상 모의고사로 2002학년도부터 시작됐으며, 2010년부터는 서울·경기·인천·부산시교육청이 번갈아 가며 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치러진 6월 학평은 부산교육청이 주관했다.
종로학원 분석 결과 과탐 응시생은 26만3434명으로 사탐(25만5770명)보다 7664명 많았다. 이과생으로 분류되는 과탐 응시생 수가 사탐보다 많았던 적은 2002학년도 학평이 시작된 이래 없었으며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도 같은 시험에선 과탐 응시생(27만2022명)이 사탐(29만8363명)보다 2만6341명 적었다.
이처럼 응시생 비중이 역전된 이유는 지난해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 통합 시험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의 경우 공통과목 성적에 따라 선택과목 응시그룹별로 점수를 보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과생인 확률과통계 응시생들의 표준점수가 하향 조정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공부를 잘함에도 응시한 선택과목이 어려울 때 받을 불이익을 최소화화는 장치이지만, 같은 만점을 받아도 확률과통계 응시생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게 돼 ‘문과생 불리’ 논란이 불거졌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이과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험 제도인 문·이과 통합 수능 이후 문·이과 응시생이 역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치러진 2022학년도 입시부터 전국 약학대학이 14년 만에 학부 선발을 재개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약대 학제는 2+4년제로 개편된 뒤 편입학 체제로 운영되다 2022학년도 대입부터 신입생 선발을 다시 시작했다. 작년 대입에서 37개 약대가 선발한 신입생 수는 1743명으로 상위권 이과생들의 지원이 쏠렸다. 또한 교육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에 따라 수도권 대학에서 반도체 학과 신·증설이 예상되고 있다. 오종운 이사는 “졸업 후 문과보다 취업이 잘 될 것이란 기대심리가 더해져 이과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