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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전날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해운사들 운임담합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며 “이런 법안 처리를 인정하면, 앞으로 공정거래법상 카르텔(공동행위)을 조사하고 심판할 때마다, 분야별로 사건무마 입법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결국 공정거래법상 카르텔 규제제도가 무너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올렸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심결은 1심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가지는 준사법적 절차다. 2021년 5월경 공정위 심사관의 (한~동남아 노선 담합에 대한)심사보고서가 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며 “해운사와 해수부 공무원들이 공정위 조사관들에게 나름 소명했다고 하지만 공정위 조사관은 부족하다 판단해 안건 상정 절차를 진행했고, 그러자 해운협회와 해수부 공무원들이 이 특정 담합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날 농해수위 법안소위에 참석한 엄기두 해수부 차관을 겨냥 “해운사의 로비스트”라고 찍어 비판했다. 엄 차관은 전날 법안소위에서 “지금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해외에서 조사가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해외에서 조사 들어가면 방어할 방법도 없다”며 소위를 꼭 통과하게 해달라고 설득했다.
여야 정무위원들은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해수부 공무원들이 나서서, 법을 바꾸면서까지 공정위의 해운사들에 대한 담합 제재를 막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은 특정업계 가격담합 카르텔 규제를 비호하고, 공정한 경쟁법 집행질서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해수부 공무원들이 특정한 사건무마를 위해 이렇게 나서는 모습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2010년 항공화물 운임담합 제재를 언급하며 “지금처럼 입법을 통해 무마하려는 시도는 없었고, 공정한 법집행이 이뤄졌다”며 “해운산업만 특수하다고 사건을 무마시켜 주면, 담합조사 대상이 되는 다른 산업들도 줄줄이 자기들 산업의 특수성을 주장하며 사건 무마를 위한 청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해운사들 운임담합 사건을 이렇게 무마하면, 그동안 화주사나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는 그냥 묻고 넘어가자는 말밖에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이들은 “산업정책과 경쟁정책의 조화를 위해 거시적 차원의 정책조율은 있을 수 있지만 산업진흥을 위해 불법적인 요소를 묵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정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법 개정은, 매우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해운법 개정안은 공정위의 담합제재를 앞두고 해운업계에 대한 제재를 무마하려는 목적으로 해운법에 예외조항을 신설하려는 것인데, 이는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며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경쟁법의 기본상식이나, 다른 산업분야 담합에 대한 형평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해운법 개정안은 더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조사가 끝난 사건에 대해서도 심의의결이 어렵다”며 “향후 해운사들의 운임에 관한 가격 담합으로 화주와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불법적인 담합 행위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법 집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한~동남아 노선 담합’ 사건을 조사한 후 지난 5월 국내외 23개 해운사에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하지만 해운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해운산업과 관계가 깊은 여야 지역구 의원들이 공정위의 해운 담합 규제 권한을 뺏는 해양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아직 심의할 전원회의가 열리지못 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와 별도로 한~중 노선 및 한~일 노선 담합 사건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