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숙현 기자] 12일 막을 내린 G20 서울정상회의를 마련한 주역들은 `무대`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 회의를 준비하면서 온갖 물밑 작업은 물론 닫힌 문 뒤에서 새벽까지 피 말리는 협상을 마련하고 주도했던 주인공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주역들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 이창용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 최희남 G20 준비위 의제총괄국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윤 장관은 6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말그대로 전세계를 누비며 이번 회의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그는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처음으로 의장을 맡으면서 국제 무대에 본격 데뷔했다.
이후 서울정상회의를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 9월 말, 추석을 낀 연휴에도 불구하고 미국, 독일, 프랑스,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국가를 방문해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개혁과 환율 문제 해결을 위해 약 보름 동안 수 십 시간에 걸친 회의를 이어갔다.
사실 실무적으로 더 바빴던 인물은 신제윤 차관보와 이창용 준비위 기획조정단장. 이들에겐 한국 뿐만 아니라 독일 미국 중국 등 현지시간에 맞춰진 여러 개의 시계가 필요했다.
관료 출신인 신 차관보는 지난 2008년 3월부터 2년이 넘게 국제업무관리관을 맡고 있을 만큼 국제금융에서 만큼은 전문가로, 구체적인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에 있는 시간과 외국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비슷할 정도로 각국을 돌아다녀야 했다.
교수 출신인 이창용 단장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서 G20 준비위에 합류했다. 사실상 정상을 대신해 의제를 조율하고 사전에 협상하는 그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했고 자연스럽게 국제 무대에 데뷔하는 기회도 얻게 됐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로 올해 1년간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조언하는 역할을 맡은 신현송 보좌관은 거시건전성과 관련해 선진국과 신흥국들의 사이에서 이견조율 및 설득논리 개발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신흥국들이 급격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제어할 수 있도록 거시건전성 규제도입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회의에서 IMF로부터의 `집단대출 제도` 도입과 같은 성과를 거두며 금융안전망 의제 등을 주도했던 최희남 준비위 의제총괄국장, 금융 규제와 국제기구 개혁 분야 의제를 담당해 이번 IMF 지분 개혁을 이뤄내는데 일조한 김용범 준비위 국제금융시스템개혁국장 등도 숨은 주역들이다. 기획재정부 김희천 G20 팀장 등도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일한 일꾼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