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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벽면·천장도 ‘성큼’…KAIST, 사족보행 등반로봇 개발

김정유 기자I 2022.12.26 16:56:09

박해원 교수팀 개발 성공, 국제학술제 표지논문 게재
송전탑 등 구조물 점검 활용 기대, 안전사고 예방 기여

KAIST 기계공학과 홍승우 박사과정(왼쪽부터), 박해원 교수, 엄용 박사과정이 새로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AIST)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KAIST는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 연구팀이 철로 이뤄진 벽면과 천장을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박 교수 연구팀은 전자기력을 켜고 끌 수 있는 영전자석과 고무와 같은 탄성체에 철가루 등의 자기응답인자를 섞어 만든 탄성체 자기유변탄성체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자석의 접착력을 빠르게 끄거나 켤 수 있으면서도 평탄하지 않은 표면에서 높은 접착력을 지니는 발바닥을 제작, 자체 개발한 소형 사족보행 로봇에 장착했다.

이같은 사족보행 로봇은 배, 교량, 송전탑, 대형 저장고, 건설 현장 등 철로 이뤄진 대형 구조물에 점검, 수리, 보수 임무를 수행하는 등 폭넓게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기계공학과 홍승우, 엄용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12월호 표지를 장식하는 논문으로 출판됐다.

기존 등반 로봇은 바퀴나 무한궤도를 이용해 단차나 요철이 있는 표면에서는 이동성이 제한되는 단점을 가졌다. 이에 반해 등반용 보행로봇은 장애물 지형에서의 향상된 이동성을 기대할 수 있으나, 이동 속도가 현저히 느리거나 다양한 움직임을 수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보행로봇의 빠른 기동성을 위해선 발바닥 흡착력이 강하면서도 이를 빠르게 끄거나 켤 수 있어야 한다. 흡착력 유지도 중요하다.

연구팀은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영전자석과 자기유변탄성체를 보행로봇의 발바닥 디자인에 최초로 이용했다. 영전자석은 짧은 시간의 전류 펄스로 전자기력을 켜거나 끌 수 있는 자석으로, 일반적인 전자석과 달리 자기력 유지를 위해 에너지가 들지 않는다. 연구팀은 사각형 구조 배열의 새로운 영전자석을 제안, 기존 영전자석과 비교해 스위칭에 필요한 전압을 현저하게 낮추면서도 보다 빠른 스위칭이 가능하게 했다.

로봇의 발바닥에도 자기유변탄성체를 씌워 발바닥의 자기력을 현저히 떨어트리지 않으면서도 마찰력을 높였다. 연구팀은 8kg의 사족보행 로봇에 충분한 흡착력을 확인했다. 해당 로봇은 초속 70cm의 속도로 직벽을 고속 등반했고, 최대 초속 50cm의 속도로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보행할 수 있었다. 이는 보행형 등반 로봇으로는 세계 최고의 속도다. 물탱크의 표면에서도 최대 35cm의 속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공동 제1저자인 엄용 KAIS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은 “영전자석과 자기유변탄성체으로 구성된 발바닥과 등반에 적합한 비선형 모델 예측제어기를 이용, 지면뿐만 아니라 벽과 천장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에서도 보행 로봇이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음을 보였고 이는 보행 로봇의 이동성과 작업 공간을 2D에서 3D로 확장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이런 로봇은 조선소와 같은 철제 구조물에서 위험하고 힘든 작업을 수행하는 데 활발히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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