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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만능물질 '다강체' 더 강력히 만드는 법 찾았다

이연호 기자I 2019.07.04 12:00:00

전기적·자기적 성질 다 갖춘 다강체 구현법 제시
강유전체·강자성체 非공유결합 가능성 증명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UNIST는 자연과학부의 이근식 교수팀이 미국 버클리대학의 씨엔짱(Xiang Zhang) 교수팀과 공동으로 ‘새로운 개념의 이종(二種)다강체 구현’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4일 밝혔다.
반데르발스 이종결합에서 다강성 모식도. 그림=UNIST.
다강체는 자기적 성질과 전기적 성질을 동시에 갖는 물질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차세대 소자의 재료로 유망하다. 지금까지는 두 성질 사이에 상호작용을 높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 이를 ‘반데르발스 힘’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자기성이 강한(강자성) 물질과 전기적 성질이 강한(강유전성) 물질을 화학결합으로 단단하게 묶어 두 성질의 상관관계를 높이는 방식이다. 공동연구진이 이론적 계산으로 증명한 이 방식에서는 반데르발스 힘에 의한 화학결합을 이용한다.

다강체는 전기적·자기적 성질을 동시에 가지므로 전기장으로 자기적 성질을, 자기장으로 전기적 성질을 조절할 수 있다. 이 중 전기장을 통해 자기적 성질을 제어하는 기술은 고집적 메모리 소자 개발에 필수적이다. 이 기술을 구현하려면 다강체의 두 성질 간 상호작용이 클수록 좋다.

기존에는 단일상 물질 내에서 강자성과 강유전성을 동시에 가진 다강체를 이용한 연구가 많았으나 이 경우는 상온에서 다강성을 발현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강자성을 가진 물질과 강유전성을 가진 물질을 결합한 ‘이종다강체’를 구현하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

공동연구진은 이차원 강자성체와 강유전체를 층상구조로 결합시킨 ‘비(非)공유결합 이종다강체’의 개념을 설계하고 그 특성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새로운 이종다강체의 경우 두 물질이 만나는 경계면에서도 전기장을 통해 자기적 성질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

이때 연구진이 가정한 힘은 일반적으로 두 물질을 화학적으로 결합할 때 쓰이는 공유결합이 아닌 반데르발스 힘이었다. 반데르발스 힘은 전하의 일시적 쏠림으로 인해 분자가 순간적으로 극성을 띠면서 나타나는 당기는 힘(인력)과 미는 힘(척력)을 뜻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반데르발스 힘을 통해 ‘크롬 화합물(CrGeTe₃)’ 강자성과 ‘인듐화합물(In₂Se₃)’의 강유전성이 결합될 수 있음을 보였다. 강자성체의 자기적 성질을 결정하는 스핀(spin) 방향과 강유전체의 특징인 전기쌍극자(electric dipole)가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외부에서 전기장을 조정하면 크롬 복합물의 자기적 성질을 조절할 수 있다.

이근식 교수는 “층상구조 강유전체와 강자성체를 반데르발스 힘으로 화학결합해 기존에 비해 매우 큰 값으로 자기적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며 “이를 실제로 구현할 경우 자성 메모리 소자 등 나노 소자 개발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6월 14일자로 게재됐으며 교육부 기본연구과제와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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