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학생 비자를 받아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36만9364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2% 줄어든 수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으로 가는 중국 유학생들이 매해 급증한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인 유학생은 미국으로 공부하러 오는 외국인 유학생(110만명)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들이 내는 학비나 생활비도 매년 130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미국 경제에도 기여한다는 평까지 나온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정부가 중국 학생들의 비자 발급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앨버트 피는 올해 춘제(중국의 음력 설)를 보내러 중국으로 잠시 돌아갔다가 미국 비자를 다시 신청했다. 하지만 그는 발급까지 무려 85일을 기다려야 했다. 이 학생은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은 듣지 못한 채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는 통상 중국인 학생이 미국 유학에 필요한 비자를 발급받는 데 걸리는 기간이 3∼6주 정도였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그 기간은 8∼10주로 늘어났다.
미국은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박사과정 연구생들의 비자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부터 로봇, 항공, 첨단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연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유효기간을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데다 중국이 추진하는 ‘제조2025’를 비판하며 중국 유학생들의 진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아보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등의 전문 분야를 전공한 외국인 유학생이 취업할 때 필요한 H-1B 비자 발급을 이전보다 훨씬 까다롭게 만들었는데 중국인을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힘을 얻는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H-1B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비율은 25%에 달한다.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H-1B 비자 거부 비율은 6%에 불과했다.
게다가 추가 서류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21%에서 현재 60%로 급증한 상태다.
미국의 인공지능(AI) 분야 기업에서 일하다가 H-1B 비자 발급이 거부당해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돌아온 한 직장인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느꼈다”고 말했다.
미국 드렉셀 대학의 랜들 다이크 입학 담당 책임자는 “중국인 학생들이 점점 미국 대신 다른 나라로 향하고 있다”며 “무역전쟁으로 미중관계가 불확실해지자 이같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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