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접한 뒤 75일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었던 은채는 생후 7개월까지 인공호흡기로만 숨을 쉴 수 있었다. 날 때부터 몸이 약했던 은채는 2012년 7월 급성 출혈로 십이지장부터 위와 식도 일부를 절제했고,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현재도 재활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나 사는 곳인 경기도 이천시에는 전문 소아재활센터가 없어 처음에는 분당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먼 이동 거리에 비싼 병원비가 부담이 된 은채 가족은 이천시 장애인복지관과 여주세종병원 등 소아재활 치료사가 있는 이곳저곳을 떠돌며 치료를 받고 있다.
이마저도 매번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몇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하고, 예약날에도 한나절은 꼬박 기다려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은채는 오늘도 하루빨리 친구들과 함께 하교 후 떡볶이를 먹고 수다를 떠는, 누군가에게는 아주 평범한 하루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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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이천병원 내 소아재활센터 건립을 위한 수시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경기도의회 제383회 임시회에 제출했지만, 미상정된 채 회기가 종료됐다. 도의회 국민의힘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독단적 도정 운영 견제’를 명분으로 집행부 제출 안건 심의 보류한 데 따른 것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천·용인·광주·여주 등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관할 지역 내 등록 장애아동 수는 3990명으로 도내 전체 아동 수 2만5719명의 15.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천병원 관할 지역 내에는 소아재활 전문 의료기관이 단 한 곳도 없어 장애아동 가족들은 은채양 가족처럼 원거리 진료로 불편을 겪는 상황이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2025년 지역거점공공병원 기능보강사업 공모’에 선정돼 이천병원 대강당 2층에 24억4400만원(국·도비 각각 12억2000만원)을 들여 470㎡ 규모 소아재활센터 증축을 추진 중이다. 소아재활센터에는 전문의 1명과 간호사 2명, 치료사 5명 등이 근무하며 장애아동들에게 전문적인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도는 당초 지난 회기에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통과되면 오는 5월 공공건축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6월 착공해 내년 12월 소아재활센터의 문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의회 국민의힘의 집행부 안건 미상정 결정으로 이천병원 소아재활센터 관련 안건은 빨라야 오는 6월 회기에서 다뤄지게 돼 개관 시기는 해를 넘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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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적절한 시기에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영구적인 장애가 남게 되며 일부는 결국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며 “아이들이 시간과 거리, 환경의 장벽 없이 적절한 치료를 받아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지역 내 소아재활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일중 경기도의원(국민의힘·이천1)은 “소관 상임위와 논의를 통해 오는 6월 회기에서는 이천병원 소아재활센터 신축 관련 안건이 다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