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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내 올리브유 가격이 킬로그램(㎏)당 7유로를 웃돌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당 4유로를 넘어선 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가격이 75% 이상 뛴 것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올리브유 한 병당 평균 가격은 올해 들어 5월까지 47% 폭등했다. 다국적 상품데이터업체 민텍의 카일 홀랜드 애널리스트는 “시장 가격이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유 가격이 폭등한 것은 세계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럽 남부에서 비정상적인 기온 상승 및 강수량 부족이 지속된 탓이다. 원재료인 올리브 생산이 큰 차질을 빚으면서 올리브유 생산량도 쪼그라들었다.
스페인의 경우 2022~2023년 수확기 동안 생산된 올리브유는 총 62만톤으로, 1년 전 150만톤의 절반 미만으로 급감했다. 스페인은 국토의 3분의 1이 장기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주엔 스페인 내 저수지 수위가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스페인은 올리브유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고량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민텍에 따르면 유럽 남부 지역의 올리브유 생산자들은 확보한 재고량은 5월 말 26만 5000톤에서 6월 말 20만 5000톤으로 줄었다.
전 세계 올리브유의 3분의 2가 유럽에서 생산되는 만큼, 당분간 올리브유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FT는 “올리브유 공급량이 4주 간격으로 8만톤씩 줄어들고 있다”면서 “통상 매년 2월까지 이어지는 수확기가 시작되기 전, 앞으로 3개월 동안에는 비축량이 매우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비료값이 오른 데다, 올리브유를 대체할 수 있는 해바라기씨유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올리브유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올리브유 분석가이자 스페인 하엔 대학의 교수인 후안 빌라르는 “에너지 위기에 따른 금리 상승과 비료 가격 인플레이션으로 농부들의 재배 비용도 증가해 올리브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