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은 1956년 국내 옛 제과업체 풍국제과를 인수하며 처음 설립했다. 이후 수차례 사명 변경과 그룹 내 계열사 조정 등을 거쳐 지난 2017년 6월1일부로 인적·물적 분할하며 지금의 제과 전문 사업회사 오리온이 됐다.
코스피 상장 기업인 오리온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2조 2304억원과 영업이익 3756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각각 전년 대비 10.2%, 14.7% 증가한 규모다. 올 상반기 역시 매달 2000억원(해외법인 포함) 안팎의 매출과 200억~3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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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이 현재 판매 중인 자사 장수 제과 제품을 분석한 결과, 1970년대에는 원재료명을 그대로 반영한 단순한 제품명이 인기를 끌었다. 1974년 출시한 ‘초코파이’(초코+파이), 1976년 출시한 ‘오징어땅콩’(오징어+땅콩)는 그렇게 탄생했다.
1980~90년대에는 해외여행 자유화를 비롯해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등 본격적으로 대외 개방정책이 펼쳐지던 시기였다. 이에 영어 등 외래어가 급격히 국내에 유입하면서 제과 상품에도 영어를 활용해 트렌디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명칭이 유행했다. ‘포카칩’(1988), ‘후레쉬베리’(1990), ‘스윙칩’(1993), ‘오뜨’(1999) 등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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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부터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본격 태동하기 시작했다. 젊은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SNS에 인증샷(사진) 올리기가 유행하면서 무뚝뚝 감자칩(2016), 꼬북칩(2017) 등 재미있는 스낵명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꼬북칩은 특이한 제품명으로 히트를 친 사례로 꼽힌다. 4겹의 과자 모양이 거북이 등껍질을 닮았다는 것에 착안해 붙여진 쉽고 귀여운 명칭이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꼬부기’를 닮아 ‘꼬북좌’라는 별명을 얻은 인기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유정을 제품 모델로 기용하며 네이밍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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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오징어 모양과 식감까지 리얼하게 구현한 ‘펀(fun)’ 콘셉트의 젤리 신제품 ‘찡어젤리’를 출시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MZ세대와 홈술(집에서 음주)족을 타깃으로 선보인 신개념 젤리다. 고속도로 휴게소 인기 간식인 ‘버터구이 오징어’의 다리 모양과 단짠(달고 짠) 맛, 쫄쫄깃한 식감까지 디테일하게 구현했다. 제품명 역시 오징어가 연상되는 귀여운 ‘찡어’와 제품 타입을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젤리’를 활용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과자의 경쟁 제품이 과자인 시대는 갔다”며 “SNS상 ‘해시태그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네이밍 경쟁은 앞으로 가속화 될 것이기 때문에 맛은 물론 소비자 뇌리에 강력하게 각인될 제품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