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년비 상승률)의 물가를 목표로 하는 한국은행은 관리물가를 제외한 물가상승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근원물가(식료품, 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0%초중반대이지만 관리물가를 빼놓고 보면 1%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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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록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물가상승률에 대한 관리물가 기여도는 2018년 -0.12%포인트, 2019년 -0.14%포인트를 기록했고 올 들어 11월까지 -0.35%포인트로 마이너스 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관리물가 상승률은 올 하반기(7~11월) 전년동기대비 무려 2.7% 하락해 역대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2017년말 대비 올 11월까지 물가상승률에서 관리물가의 기여도는 -0.7%포인트로 일본(-0.4%포인트), 영국(0.2%포인트), 유럽연합(0.7%포인트) 등 주요국 대비 물가를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크게 작용했다.
소비자 물가 지수에서 관리물가가 차지하는 비중도 다른 나라보다 큰 편이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하는 품목 중 전기료, 도시가스, 외래진료비, 휴대전화료 등 관리물가 품목은 46개로 전체의 10.0%에 불과하지만 가중치로 따지면 21.7%에 달한다. 일본(18.6%), 프랑스(16.5%), 독일(12.4%)에 비해서도 가중치가 높다.
다만 한은은 물가 흐름을 알기 위해선 관리 물가를 제외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7년말 대비 올해 11월까지 소비자 물가 누적상승률은 2.4%로 유럽연합(EU) 평균(3.2%)보다 낮은 수준이나 관리물가를 뺀 물가상승률은 4.0%로 EU 평균(2.8%)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공급 측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흐름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0.4%, 하반기(7~11월) 0.3%에 불과하지만 관리물가를 빼 놓고 보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상·하반기 각각 0.9%, 1.1%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근원물가에서 관리물가는 전기료, 도시가스, 지역난방비 등 3개 품목을 제외한 43개 품목인데 이들의 가중치가 무려 23.4%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병록 과장은 “이런 점을 감안해 기조적 물가 흐름을 판단할 경우엔 관리물가가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거한 관리물가 제외 근원물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관리물가의 하락폭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무상교육, 무상급식 실시로 물가가 낮아진 만큼 내년엔 기저효과가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내년에도 의료 관련 복지 정책이 강화(흉부 초음파 급여화 등)될 예정이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교육, 통신 관련 정책보다는 약할 것”이라며 “2022년에는 일부 관리물가 품목의 가격이 인상되면서 관리 물가 상승률이 소폭 플러스로 전환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