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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옵션 쇼크' 피해자들, 손배소 다시 다툰다

노희준 기자I 2018.08.10 12:00:00

대법원, 도이치측 손 들어준 원심 파기 환송
손해배상 소멸시효 다했다는 원심 뒤집어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2010년 ‘도이치 옵션 쇼크’ 사태로 손해를 봤던 개인 투자자들이 도이치측의 배상 책임을 다시 다툴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이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다해 개인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본 2심 판결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도모씨 등 17명의 옵션(미리 정해둔 조건으로 주식을 사고 팔수 있는 권리)투자자들이 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은 2010년 11월 11일 장 마감 10분 전에 2조4400억원 어치 주식을 대량 처분했다. 대량 매물로 당시 주가는 폭락했고 옵션 등 파생상품 기초자산인 코스피 200지수는 7.11포인트(2.79%) 급락한 채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옵션 투자자는 큰 손실을 봤지만 도이치측은 풋옵션(미리 정해둔 조건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약 449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도이치은행이 437억원(투자원금 대비 수익률 2640%), 도이치증권은 12억원(9260%)의 수익을 얻었다.

검찰은 이에 2011년 8월 19일 도이치측을 코스피200 지수를 시세조종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2016년 1월 25일 한국도이치증권 박모 상무에게 징역 5년에, 도이치증권에는 벌금 15억원을 선고했다. 이날 도씨 등은 총 24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도이치측은 도씨 등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2010년 11월 11일 시세조종 관련 언론 보도가 있었고 금융감독원 등이 조사에 착수해 2011년 2월 23일 시세조종 사실을 확인한 데다 검찰은 2011년 8월 19일에 기소했다고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원고들이 2010년 11월 늦어도 2011년 8월에는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손해와 가해자를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소송은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해 제기했기에 민법 등의 단기소멸시효 완성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주장이다.

민법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년,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이내에 유효하다.

1심은 개인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개인투자자에 불과한 원고들은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의 정확한 사실관계, 위법성 등을 알 수 없었다”며 “원고들은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와 관련된 민형사판결이 선고된 무렵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원고들은 적어도 금융당국이 조사결과를 발표한 2011년 2월 23일 무렵에는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를 인식했다“며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011년 2월 23일부터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문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개인투자자들인 원고들이 금융상품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비교적 풍부했다고 하더라도 금융당국, 검찰 등에서 알고 있었던 사항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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