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25전사자 신원확인은 2000년 유해발굴사업이 첫 삽을 뜬 이후 127번째이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갖는 행사다.
고 김 일병은 1924년 경남 통영군 거제면(현 거제시 거제면)에서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입대 전에는 작은아버지가 운영하던 제주도 소재 목재소에서 일을 하다 아버지의 소개로 아내 전옥순씨와 1949년 결혼해 신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고 김 일병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27살의 나이에 자진 입대했다. 당시 아내 전옥순씨는 임신 중이었으며, 작은아버지가 제주도 목재소 부지를 군부대(훈련소)에 무상으로 제공해 입대를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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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 일병의 유해는 그 후로 58년의 세월이 지난 2008년 5월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에서 발굴됐다. 하지만 발굴 당시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특별한 유품이 없었고, 국방부가 확보하고 있는 유가족들의 유전자와도 일치하는 데이터가 없어 신원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고 김 일병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아들 김성택씨가 국립서울현충원 부부 합동 위패봉안을 신청 하면서다. 김성택씨는 군 복무중인 사촌형으로부터 국가유공자의 경우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합동 위패봉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충원에 홀로 모셔져 있는 아버지와 지난 1988년 별세해 강릉에 묻혀 계신 어머님을 늦게나마 함께 모셔 전생에 함께 하지 못한 한과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풀어 들이기 위해 2016년 11월 국립서울현충원 홈페이지를 통해 부부 합동 위패봉안을 신청하게 됐다.
다음해인 2017년 3월 부부 합동 위패봉안식에 참석한 김성택씨는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에 대해 안내를 받고 자신의 아들 김희수씨와 함께 유전자 시료채취에 참여했다. 1차 검사 결과 기존에 발굴된 유해 중 유전자가 일치하는 데이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적인 유전자 검사를 통해 12월 22일 최종적으로 부자관계가 확인됐다. 신원이 확인된 고 김 일병의 유해는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추후 국립현충원에 안장 될 예정이다.
이학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은 “국군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대한민국을 목숨바쳐 지켜낸 호국의 영웅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약속을 이행하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계신 전사자 분들이 아직도 12만 3000여 위나 계신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영웅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