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천승현 기자] 정부가 원격진료 시범사업 시행 등 의료계 요구를 대폭 수용하면서 24일로 예정됐던 2차 집단휴진이 유보 또는 철회될 가능성이 커졌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17일 원격진료와 투자 활성화, 건강보험제도, 의료제도 및 의료현장의 불합리한 규제 등 4개 분야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구체화하는 내용의 의·정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사항도 추가로 논의해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 같은 내용의 의·정간 2차 합의안은 17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될 의협의 회원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지난 10일 동네의원들의 파업을 이끌었던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는 오는 4월부터 6개월간 먼저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키로 했다. 시범사업의 기획·구성·시행·평가는 의협의 의견을 반영해 정부와 공동 수행한다.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 설립에 대해선 의협,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마련해 의견을 반영키로 했다.
또 연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공익대표들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건보공단과 의협의 수가 협상이 결렬될 경우 건정심에 상정하기 이전에 가입자와 공급자가 참여하는 조정소위원회에서 먼저 논의하기로 했다. 건정심 상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계 요구가 보다 더 많이 반영될 전망이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문제 역시 진일보한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 10일 1차 파업 이후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빅5’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모두 2차 집단휴진에 동참키로 했었다.
의·정은 전공의들의 ‘최대 주당 88시간 수련(근무)’ 지침을 단계적으로 하향하고, 유급제 폐지 등 기존에 합의된 8개 항목의 개선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기로 했다. 오는 5월까지 중립적이고 독립된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기구(가칭)’를 신설해 관리하기로 했다. 또 수련환경 개선에 따른 의사인력 공백에 대해선 연말까지 보상방안도 마련한다. 의사들의 반발이 컸던 의사보조인력(PA)의 합법화 역시 의협·전공의협의회와 사전 합의 없이는 재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전공의들의 요구안이 다수가 수용됐고, 전공의들이 1차적으로 의협 회원 투표 결과에 따르기로 한 만큼 총파업이 강행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번에 마련한 2차 협의 결과가 의사협회 회원들에게 받아들여져 국민을 불안케 하는 집단휴진을 철회하고 국민건강 향상을 위해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정은 이번 합의 대상에서 제외된 ‘수가 인상’ 문제는 추후 상설협의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