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며 민주·공화 양당이 전·현직 대통령에 차기 대권 후보까지 총동원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테리 매콜리프(56) 민주당 후보가 켄 쿠치넬리(45) 공화당 후보를 근소한 차로 누르고 이겼다.
반면 민주당 성향이 강한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51) 주지사가 압도적으로 승리해 공화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입지를 굳혔다.
◇드 블라지오, 무명 정치인에서 뉴욕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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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민주당은 공화당 소속이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시장에 이어 애초 공화당 소속이었다가 무소속으로 옮긴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에게 빼앗겼던 뉴욕 시장 자리를 24년만에 탈환했다.
드 블라지오는 5일(현지시간) 열린 뉴욕시장 선거에서 조셉 로타 공화당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제치고 승리를 거뒀다.
드 블라지오는 오후 11시 현재(미국 동부시간) 73%의 득표율을 보이며 25%에 머무르는 로타 후보를 거의 3배 앞서고 있다.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인 드 블라지오 후보는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전혀 존재감이 없었던 정치 신예다.
맨해튼 토박이인 그는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면서도 뉴욕대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고 오랫동안 시민운동에 몸을 바쳤다.
부인은 일곱 살 많은 연상의 흑인 여성으로 동성애 전력까지 있지만 혼혈인 아들,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어 다문화 가정과 소수자를 비롯한 중산층에게 호감을 얻었다.
그는 공화당으로부터 ‘사회주의자’로 공격당할 정도로 개혁적 성향이 강하다.
지난 12년간 보수적이고도 친(親)기업적 성향을 보인 블룸버그 시장에 익숙했던 월가와 재계는 진보적인 새 시장의 정책에 강력한 반발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드 블라지오는 뉴욕시 유아원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위해 연소득 50만달러(약 5억3000만원)이상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현행 3.876%에서 4.41%로 올릴 계획이다. 작년 기준으로 연봉 평균인 36만7000달러인 월가 최고경영자 상당수가 이같은 세율 인상의 대상이 된다.
특히 드 블라지오는 금융위기 이후 대형 은행들을 규제하기 위해 추진중인 도드-프랭크 금융규제 개혁법안을 강력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드 블라지오가 시장 업무를 시작하면 재정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업과 부동산업 등에 대해 유화적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드 블라지오는 내년 1월 1일 뉴욕시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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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소속인 크리스 크리스티(51) 뉴저지 주지사 역시 재선에 성공하며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의 면모를 과시했다.
검사 출신인 크리스티 주지사는 공화당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인 보수파로 분류된다.
전(前) 뉴저지 주 뉴아크 시장인 코리 부커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인사와도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해 허리케인 샌디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처 능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크리스티 주지사가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당을 살려낼 수도 있다고 본다”며 “그는 보수와 진보 진영을 넘나들며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극찬했다.
공화당 소속 밥 맥도널 주지사 후임을 뽑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는 매콜리프 전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과 쿠치넬리 현 검찰총장이 맞붙었다.
초반 개표에서는 쿠치넬리 후보가 우세했으나 매콜리프 후보가 막판 뒷심을 발휘해 격차를 점차 좁히더니 현지시간으로 오후 10시를 전후해 역전에 성공했으며 98% 개표가 끝난 오후 11시께 3만여표, 2%포인트 이내 표차로 쿠치넬리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한편 일벌레로 유명했던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퇴임 후 휴식을 즐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경제전문지 포브스와 가진 퇴임 기념 인터뷰에서 내년 1월1일 새 뉴욕시장 취임식에 참석한 바로 다음날 여자친구 다이애나 테일러와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며 당분간 골프와 스페인어 공부에 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