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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왕립연합군연구소의 위성 분석 자료를 인용해 이달 들어서만 북한 유조선 최소 5척이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항에서 석유를 선적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가운데 두 척은 북한 청진항에서 석유를 하역한 것으로 확인했다.
조센 번 왕립연합군연구소 연구원은 “우리가 러시아 터미널에서 관측한 선박은 북한 선단에서 가장 큰 선박들이며 계속 항구를 드나들고 있다”며 “이 중 일부는 유엔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선박으로 석유를 운반하는 건 물론 외국 항구에 입항조차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유엔이 북한의 원유·정제유 수입을 제한한 이래 러시아산 석유가 해상을 통해 북한으로 수출된 게 직접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 북한 전문가패널 조정관을 지낸 휴 그리피스는 “이런 석유 교역은 지금 붕괴 직전에 있는 (대북) 제재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이후 북한과 러시아는 부쩍 가까워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라미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답방도 곧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방에선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대신 첨단 무기 기술을 이전받고 원유 등을 공급받기로 약속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피스는 “(러시아의 대북 석유수출은) 몇 년 사이 국제적 (제재) 방해꾼에서 무법 국가로 전락한 러시아의 궤적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번 연구원은 “대북 제재 효과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우리는 제재가 무력화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주시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에 매우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도 “러시아가 북한에 석유와 석유제품을 직접 공급하면 북한 경제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