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 BIE 실사단 방한 앞두고…'광화에서 빛;나이다'
삼성·SK·LG 등 8개 기업, 첨단기술력 과시한 부스 마련
지구 64바퀴 반 돈 기업인들…총수들 '민간외교' 총력전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광화문광장 밤하늘에 세계박람회(엑스포) 랜드마크인 파리 에펠탑, 뉴욕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축음기 등 각종 발명품이 불빛조형물로 떠오른다. 주변 건물 벽면엔 LED 플라워 펼쳐지고 그 옆에는 부산시 소통캐릭터인 부산갈매기 ‘부기’, 스노볼로 꾸며진 포토스팟이 기다린다. 투명 그래픽 월엔 엑스포 역사가 소개되고 놀이마당엔 갤럭시 S23, 기아 EV9 등 우리 기업들의 대표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이어진다. 광화문광장 전체가 엑스포 빛 조형물, 미디어아트 등으로 꾸며지는 셈이다.
|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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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7일 글로벌 3대 메가이벤트 중 하나인 2030 엑스포 유치 선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방한에 맞춰 우리 재계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회심의 반격에 나선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한덕수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부산엑스포유치위가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하는 ‘광화에서 빛:나이다’ 행사를 통해서다. 우리 재계는 각 기업에 맞춰진 전시 및 이벤트로 광화문 전체를 화려하게 수놓아 BIE 실사단의 마음을 흔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 최대 경쟁도시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BIE 실사단으로 호평을 받았다는 소식이 현지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재계의 ‘유치 의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올 11월 말 BIE 총회에서 170개 회원국의 비밀투표로 선정될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이번 BIE 실사단의 후보도시 실사는 오는 6월 4차 경쟁 PT, 11월 5차 경쟁 PT와 함께 개최지 선정의 최대 분기점으로 통한다.
|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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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기업, 광화문을 수놓다…실사단 눈길 확 잡는 전시 부스
이번 행사엔 모두 8개 기업이 자체 첨단기술력 등을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란 부산엑스포 주제와 연계해 부스를 꾸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3 등 최신 제품 체험을 통해 방문객 관심을 모으는 데 주력한다. 또 작년 7월부터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삼성스토어에서 엑스포 유치 응원 광고 등을 진행해온 것처럼 이번 실사 기간에도 매장의 옥외광고나 내부 디스플레이 등을 활용해 유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SK그룹은 탄소감축을 주제로 전시부스를 구성한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등을 중심으로 미래 탄소감축 기술을 중심으로 부스를 꾸리고 포토존 등 부산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공간도 만든다.
현대차는 최근 공개한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 전시관을 별도로 마련해 선보인다. 또 부산 시민들이 직접 출연해 15개 BIE 회원국 언어로 부산의 강력한 개최의지와 역량을 소개하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 영상’도 튼다. LG는 CES 2022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옴니팟’ 옆에서 브랜드 영상을 상영한다. LG전자 ‘금성오락실’ 아이디어에서 착안, 내부를 해운대로 꾸며 마치 부산에서 오락하는 느낌을 내는 데 주력한다.
롯데는 대표 캐릭터 벨리곰과 로티·로리의 대형 조형물 포토존을 광화문 광장에 설치해 열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롯데월드는 행사 점등식을 시작으로 이벤트 기간 롯데월드 소속 브라스 밴드 공연을 함께 선보인다. 신세계는 텀블러, 커피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CJ ENM은 신비아파트를 활용한 홍보 부스를 운영한다. SPC는 자유로운 핸드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꾸며진 ‘소원상점’을 콘셉트로 한 부스를 설치, 유치를 응원하는 카드를 관람객들이 직접 만드는 ‘해피 페이스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BIE 실사단에게 우리 국민의 부산 엑스포 유치 열망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친서 들고 뛴’ 최태원·‘대통령 특사’ 이재용…총수들 맹활약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사진=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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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재계는 그간 대한상의 중심 2030 부산엑스포 유치지원민간위원회 출범 이후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펴고 있다. 대한상의 집계에 따르면 민간위 멤버인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10개 그룹 CEO들은 작년 6월 이후 이달까지 84개국을 찾아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이들 CEO의 이동거리만 258만6137km로, 지구를 64바퀴 반을 돌았을 때와 같은 거리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정의선 현대차·구광모 LG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의 ‘민간외교관’ 역할은 더 돋보였다. 최 회장은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유럽을 찾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게 지지를 요청했다. 이 회장도 작년 9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멕시코를 방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부산엑스포 개최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정 회장은 아프리카·카리브해, 태평양 연안 국가 등을 누볐고, 구 회장도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예방하는 등 전력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