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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시흥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6년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기숙형대학 운영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시흥캠퍼스에 학부생 기숙사는 건립되지 않았고 기숙형대학 운영 계획도 수립되지 않았다. 기숙형대학은 학부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전공교육을 받는 학교 모델이다.
◇대학에 학생 없어, 땅만 차지
2020년 1단계로 준공된 시흥캠퍼스에는 교육협력동, 미래모빌리티연구동, 지능형무인이동체연구동, 시험수조연구센터, 교직원·대학원생 기숙사 등 5개 시설이 들어섰다. 서울대 관악캠퍼스 대학원생 일부가 시흥캠퍼스에 연구 등을 하러 가지만 학부생은 방문할 일이 없다. 시흥캠퍼스에는 학부·대학원 전공이 개설되지 않았다.
시흥캠퍼스 교직원·대학원생 기숙사에는 각각 214세대, 327세대가 입주했고 해당 교직원·대학원생은 대부분 서울 신림동 관악캠퍼스에서 근무하거나 연구·수업을 한다. 시흥캠퍼스가 관악캠퍼스 교직원·대학원생의 숙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시흥캠퍼스 교직원 수는 20명 정도밖에 안된다.
서울대측은 “시흥캠퍼스는 교육 및 의료 복합용지로 인가돼 학부·대학원 전공을 개설하거나 수업할 수 없다”며 “교육활동을 위해서는 학교용지로 다시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용지 인가를 받으려면 교육계획, 교육조직 등을 마련해야 한다. 시흥캠퍼스에서 학부생·대학원생 교육을 할 수 있게 학과 이전·신설 등을 대학본부에 요청할 예정이다”며 “학과 이전을 위해 관악캠퍼스와 정원 조정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측은 또 2단계로 시흥캠퍼스에서 800병상 규모의 배곧서울대병원을 건립할 계획이지만 사업비 부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측은 올 1월30일~2월20일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를 통해 배곧서울대병원 설계·시공 입찰 서류 제출을 마감한 결과 건설사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했다.
이어 2월24일~이달 20일 2차로 입찰했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서울대측은 1~2차 입찰에서 설계·시공 비용으로 3781억원을 제시했고 건설사들은 원자재 등의 물가 인상으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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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착공 지연…주변 상가 ‘썰렁’
시흥시는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해 신축 사업비 증액을 서울대와 정부에 요구하고 착공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업비 증액을 위해서는 서울대·교육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애초 계획했던 올 상반기(1~6월) 착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시와 서울대측이 목표한 2027년 병원 준공도 지연될 수 있다.
배곧신도시 주민들은 학부생이 없는 시흥캠퍼스와 병원 건립 지연으로 도시 가치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일부 주민은 “국내 최고의 교육시설인 서울대가 시흥캠퍼스를 운영한다고 해서 교육도시에 대한 기대를 갖고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지만 학부생이 없어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배곧신도시 아파트 입주민 김모씨(43·여)는 “서울대가 있어 중학생 자녀의 진로·학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학부생이 없고 20만평의 캠퍼스 땅만 차지해 실망스럽다”며 “배곧이 교육도시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일부 주민은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병원 건립으로 임대사업이 잘 될 것으로 보고 시흥캠퍼스 주변 상가 점포를 매입했지만 수년째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아 빈 점포로 두고 있다. 점포주 이모씨(50)는 “2년 전에 상가 점포를 매입했는데 임차인이 없어 연간 이자로 수백만원을 내고 있다”며 “서울대 학부생의 왕래가 없고 병원도 늦게 지어지니 상가가 유령건물처럼 썰렁하다”고 말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시흥캠퍼스에서 기숙형대학 운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시흥캠퍼스는 연구기능이 있고 지역주민 대상의 교육사업을 한다. 초·중·고등학생 교육 프로그램도 있어 교육도시의 조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시흥시가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