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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지자체-국토부 간 ‘공시가 신경전’…놓치고 있는 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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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규 기자I 2021.04.06 14:48:48

공시가 인상에 납세자들 불만 터져
지자체 “공시가 산정 역할, 이관해야”
지자체 주장 조목조목 반박한 국토부
전문가 “공시가 뿐 아니라 조세 기준 손 봐야”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펜션에도 공시가를 매기는 ‘엉터리’ 산정 방식이다. 공시가 산정, 지자체가 하겠다”(제주도청)

“지자체가 건물 관리 못한 것이다. 우리는 원칙대로 공시가 산정했다”(국토교통부)

공시가 산정을 둘러 싼 지자체와 국토부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공개적으로 제주도와 서초구청이 국토부를 저격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국토부는 이에 반박하는 설명 자료와 기자 브리핑을 개최했다. ‘역대급’ 인상율을 기록한 공시가를 둘러싸고, 지자체와 국토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오른쪽)와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부의 불공정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전국 평균 공시가 인상율은 19.08%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은 물론 건강보험료, 노인기초연금 수급자 등을 결정하는 행정지표다. 공시가격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세부담도 늘 수밖에 없단 의미다.

상황이 이렇자 높아진 공시가격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이를 기회 삼아 지자체도 국토부에 ‘공개 저격’에 나선 상황이다. 제주도는 공시 가격 산정 권한을 지자체에 이관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국토부가 현장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라인별로 공시가격이 천차 만별이고, 상업용 펜션에도 공시 가격이 매겨지는 등의 오류가 나타나서다.

이에 국토부는 엉뚱한 공시가 산정에 지자체의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현장조사 시 해당 건물의 용도를 파악할 권한이 없다며 불법 펜션을 잡아내지 못한 건 지자체의 잘 못이라는 취지다. 또 국토부 관계자는 “라인별로 평형대와 타입이 다르기 때문에 공시가가 다를 수 밖에 없다”며 “기준에 맞춰서 공시가를 산정했다”고 말했다. 공시가 산정이 지자체의 소관으로 넘겨야한다는 주장을 차단한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아파트 일대. (사진=이데일리DB)
그러나 지자체와 국토부 둘 다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정작 시장에서는 지자체와 국토부 중 누가 공시가를 산정하는지보다 당장 부과 될 세금 등에 더 큰 관심이 있단 사실이다. 다시 말해 누가 되더라도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주민들의 불만은 커질 수 밖에 없단 소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공시가격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팽배하다. 다만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지자체로의 권한을 이양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불신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시가 시스템 전반을 돌아보고 기준을 다시 재정립하는 기회가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지자체는 국토부 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공개 저격’을 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의 불만은 단순히 공시가 인상 뿐 아니라 이와 연동된 63개 세금에 대한 반발이기 때문이다. 결국 조세법을 담당하는 입법기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10년 넘게 유지돼 온 종부세 기준 ‘공시가 9억’부터 현실화율의 속도 조절, 1주택자들의 공제 등의 혜택이 다시 한 번 논의돼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가장 먼저 종부세 기준인 공시가 9억원을 손볼 필요가 있다”며 “중산층까지 종부세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종부세의 취지를 다시 한번 고민해볼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주택자들까지 징벌적 세금을 내야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야한다”며 “공시가 산정 기준 뿐 아니라 이와 연동한 세금 전반을 들춰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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