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23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직전 분기보다 3포인트(p) 상승한 58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중국·베트남 등 일부 항공 노선이 재개되면서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지만, 여전히 세 분기 연속 ‘50점대’에 머물고 있다. 대한상의 BSI는 100이상이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이하이면 그 반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에는 5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분기에는 61을 기록한 바 있다.
대한상의는 “국내에서 8월말부터 코로나 재확산이 본격화되었고, 전세계적으로도 2차 팬데믹 우려와 함께 유럽지역의 재봉쇄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의는 그러면서 “2분기 제조업체들의 매출 감소폭(-12.7%)이 통계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하는 등 성장성이 제약받는 상황에서 차입금에 의존해 버티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업종별로는 모든 업종이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상반기 글로벌 발주량이 작년대비 60% 가까이 감소한 ‘조선·부품(34)’부문과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철강(48)’부문의 체감경기가 부진했다. ‘제약(80)’, ‘의료정밀(70)’부문은 K-방역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타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 체감경기도 전국의 모든 지역이 기준치에 못미쳤다. 그 중 조선·철강업체들이 밀집돼 있는 경남(53)·전남(52) 지역의 전망치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기업들의 올해 실적과 경제성장률 전망은 암울했다. ‘연초 계획 대비 올해의 영업이익 전망’에 대해 ‘목표치 미달’(74%)을 예상한 기업이 ‘목표치 달성 혹은 근접’(24%)을 예상한 기업보다 월등히 많았다. ‘초과 달성’할 것으로 내다 본 기업은 2%에 그쳤다. 목표치 대비 예상 미달폭은 평균 26.9%로 집계됐다.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는 ‘-2% 미만’(36.2%), ‘-2% 이상~1.5% 미만’(33.3%), ‘-1.5% 이상~1% 미만’(22%), ‘-1% 이상~0% 미만’(7.3%), ‘플러스 성장’(1.2%) 순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상황에서 정상경영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기업(42.6%)이 ‘연초부터 이미 비상경영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예년처럼 정상경영을 유지하고 있다’(34.9%)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정상경영을 유지했으나 최근 코로나 재확산 대응을 위해 비상경영으로 전환했거나, 전환 예정’이라는 응답도 22.5%에 달했다. 코로나로 비상경영체제 중이거나 전환 예정인 기업이 제조업체의 65.1%에 달한다는 얘기다.
‘정상경영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업’을 대상으로 ‘재확산이 장기화될 경우 감내할 수 있는 기한’을 물어본 결과, ‘계속 유지 가능’(31.8%), ‘올해 말까지’(29.9%), ‘내년 상반기까지’(28.5%), ‘내년 하반기까지’(9.8%) 순으로 응답했다. 정상경영 유지 기업조차도 10곳 중 6곳(58.4%)은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내년 상반기’를 정상경영이 가능한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자금압박 때문에 생존의 한계상황에 몰리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정상기업이 일시적 자금경색으로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현황을 점검해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낡은 법제도 전반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등 산업 전반의 역동성 회복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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