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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韓경제 '경기둔화' 첫 언급.. 내수·투자 부진한 흐름

김형욱 기자I 2018.11.08 12:00:00

KDI 11월 경제동향 보고서
완만한 회복(~8월)→정체(9~10월)→둔화(11월)
투자부진 속 생산·소비 정체…수출 호조세 둔화

KDI 11월 경제동향. KDI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우리나라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8일 발간한 ‘11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가 수출에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으나 내수가 부진한 모습”이라며 “전반적인 경기는 다소 둔화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국책연구기관의 경기 판단에 ‘둔화’란 표현이 등장한 건 올 들어 처음이다. KDI는 올 8월까지 우리 경기가 완만하나마 개선 추세에 있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9~10월 ‘경기 개선 추세’란 문구를 삭제하더니 이번 보고서에서 ‘둔화’란 표현을 언급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기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명확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완만한 회복에서 정체, 둔화로 가는 최근 흐름을 보면 경기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다. KDI는 이달 6일 ‘2018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9%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내년 역시 2.7%에서 2.6%로 수정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당시 “9월부터 경기가 정점을 지나 둔화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있다”며 “11월 경제동향에서 좀 더 정확한 표현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KDI는 투자 부진 속 생산·소비도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 경제를 그나마 지탱해 오던 수출 역시 좋은 흐름이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고 봤다.

KDI가 집계한 9월 전산업생산이 전년보다 4.8% 줄었다. 추석 연휴를 고려하더라도 산업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광공업생산 중 반도체(15.4%↑), 서비스업생산 중 보건·사회복지(8.2%↑) 등이 일부 큰 폭 증가했으나 전체적으론 감소 전환했다. 특히 건설업생산 감소 폭(16.6%↓)이 컸다.

소비 역시 9월 소매판매액이 전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치며 개선 흐름이 완만해졌다. 내구재 중 승용차 판매액이 큰 폭(9.4%↓) 감소했고 10월 소비자심리지수도 99.5를 기록했다. 전월(100.2)보다 내리며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특히 설비투자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KDI는 9월 설비투자가 전년보다 19.3% 줄어들며 전월의 감소 폭(11.3%↓)이 커졌다고 전했다. 지난해와 달리 추석 연휴가 끼어 있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부진한 결과라는 판단이다. 건설투자 역시 부진 흐름 속 기저효과까지 더해지며 부진했다. 9월 건설기성(불변)은 16.6% 감소, 건설수주(경상)는 6.6% 감소했다.

10월 수출은 전년보다 22.7% 증가하며 전월 8.2%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했다. 그러나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1.8% 감소했다. KDI는 반도체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으나 증가세가 다소 완만해졌다고 평가했다.

KDI는 그러나 고용 부진에 대해선 일부 개선됐다고 판단했다. 9월 들어 제조업·상용직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다소 늘었기 때문이다. 9월 국내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4만5000명 늘며 1만명을 밑돌았던 최근 국면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KDI가 경기 둔화를 언급한 가운데 정부의 공식 경기판단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매월 경기에 대한 공식 판단을 담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고 했으나 지난달 11개월만에 처음으로 ‘경제 회복세’란 표현을 빼며 하방 위험 확대 상황을 반영했다. 이달 그린북은 하루 뒤인 9일 발표 예정이다.

K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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