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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연출이 8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마포아트센터에서 오페라 콜라주 ‘카사노바 길들이기’의 일부 장면을 시연한 후 한 말이다. 그는 “각 아리아의 감정을 살리면서 새로운 이야기에 녹도록 준비했다”며 “오페라가 낯선 분들부터 매니아까지 모두 즐겁게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소개했다.
‘카사노바 길들이기’는 오페라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기획했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피가로의 결혼’부터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등 유명 오페라의 주요 아리아를 활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썼다. 아리아는 원곡으로 노래하되 우리말로 된 극을 삽입했다. 오는 24일부터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공연한다.
‘카사노바 길들이기’가 지향하는 오페라 콜라주란 미술의 콜라주 기법에서 착안해 기존 오페라에서 유명한 아리아, 듀엣, 앙상블, 합창곡을 골라 새로운 스토리로 엮어낸 새로운 형태의 오페라다. 연극적인 요소와 오페라가 만나 마치 뮤지컬을 보듯 감상할 수 있다. 마이크 등 음향장치를 활용하는 것도 오페라와는 다른 점이다. 지난 2016년에 처음 공연해 호반응을 얻은 후 두 번째 공연한다.
‘카사노바 길들이기’는 우리말로 연기하는 극 부분을 아리아 사이에 삽입한 것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대신 MR을 녹음하는 등 오페라의 경량화를 시도했다. 이를 통해 오페라 저변 확대에 걸림돌이었던 예산을 대폭 축소했다. 프로덕션의 규모를 조정해 언제든 공연 가능한 콘텐츠다.
바리톤 김주택은 “이 작품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던 오페라가 대중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본다”며 “오케스트라 대신 MR에 맞춰 노래하는 것은 성악가로서 쉽지 않았지만 오히려 더 정확한 박자에 노래하는 방법을 익혀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후한 목소리에 섹시한 매력을 갖춘 카사노바 영화감독 준을 연기한다.
‘카사노바 길들이기’는 본래 다른 스토리텔링을 가진 아리아의 집합체이나 사랑이라는 공통 주제를 다뤄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극본을 쓴 서희정 작가는 드라마·영화 작가 출신으로 이야기를 먼저 완성한 후 각 부분에 맞는 아리아를 선별해 녹였다.
서 작가는 “곡보다는 스토리텔링을 위주로 큰 그림을 그렸다”며 “재밌는 이야기를 우선으로 해 보는 분들이 쉽게 즐길 수 있으며 아름다운 아리아를 듣는 재미를 더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주연인 김주택을 비롯해 출연진이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대중에 잘 알려진 수많은 오페라의 아리아를 검토해 레퍼토리를 짰다. 그는 “어렵지만 도전하는 맛이 있었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