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일본인 관광객을 포함해 모두 16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신창동 화재 참사와 관련해 검찰이 관리부실로 인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한 사격장 업주와 관리인에게 금고 4년을 구형했다.
이날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 진술을 한 피해 유가족들은 모두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하게 요구해, 다음달로 예정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인석 선 유가족들 애끓는 심정 토로
"숨진 아들을 비롯한 친구 9명은 모두 소프트볼 클럽 소속으로 건장했고, 모두 운젠시 소방단에 소속돼 있어 화재발생시 대처요령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사격장에는 피난할 곳도 없었고, 스프링쿨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10일 오후 부산지방법원 형사12부 심리로 열린 부산 신창동 사격장 화재참사 공판에서 증인으로 오른 오쿠보 신이치 씨는 자신의 가업을 계승해 농장일을 도왔던 건실한 아들에 대해 진술하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오쿠보 씨는 부실했던 사격장 안전관리를 지적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지역 소프트 볼 클럽활동을 하며 매달 여행자금으로 3천 엔씩 모았던 9명의 중학교 동창생들은 빡빡한 일상을 잠시나마 탈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14일 설레는 마음으로 첫 해외여행지인 부산땅을 밟았다.
하지만 첫 관광지인 부산 신창동 사격장에서 발생한 화재참사로 동창생 9명 가운데 8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참변을 당했다.
그리고 부산 신창동 화재참사로 사랑하는 아들, 남편, 형을 잃은 일본인 유가족 3명이 이날 증인으로 재판정에 올랐다.
◈ 중학교 동창생 첫 해외여행 '참변'..통역도 눈물
오쿠보 씨에 이어 남편을 잃은 미야자키 사오리씨는 "첫 해외여행을 몹시 기대한 남편을 이제는 안아볼 수 없게 됐고, 남편이 올해 첫 입학한 둘째가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 너무 아쉽다"며 울먹였다.
또 재판과정에서 관리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사격장 업주 이모(64)씨와 관리인 최모(38)씨를 향해 "절대로 용서할 수 없고, 그들이 와서 사죄하더라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재판부에 엄벌해 줄 것을 읍소했다.
2주 가까이 병상에서 사투를 벌이다 숨진 시마다 아키라씨의 동생 시마다 준타 씨는 당시 병원에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누워있던 형의 모습을 담담히 진술했지만, 오히려 옆에서 이를 통역하던 여성이 통역도중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시마다 준타 씨는 철저한 원인규명과 함께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 유족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며, 부산시에서 위령탑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한국인 피해자 유가족으로 어머니를 잃은 박현수씨도 재판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어머니가 너무 위중해 화재상황에 대해 물어볼 수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물어봤으면 화재원인 등에 대한 또다른 진술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화재 책임을 부인하는 사격장 업주를 바라보며 원통함을 표시했다.
◈"화약 바로 앞에서 쏴도 불 안났다", 화재원인 공방
가슴을 절절한 피해 유가족들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격장 업주 이 씨와 관리인 최 씨는 줄곧 자신들에게 제기된 관리 책임을 부인했다.
피고측 변호인은 직접 소방관련 전문가가 참여한 사격실험자료를 제출하며, 지난달 24일 부산 서면의 한 사격장에서 잔류화약을 모아 봉투에 담은 뒤 9mm 베레타 탄환을 12발이나 쐈는데도 불이 붙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탄환 50발을 발사하는 실험을 했지만 유탄이 쓰레기 봉투가 있었던 지점까지 단 한 발도 닿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발사된 유탄이 잔류화약이 담긴 쓰레기 봉투에 떨어져 불이 났다는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검사 측은 피고측의 실험에서 봉투에 담긴 화약은 34g에 불과해 쓰레기 봉투에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300여g의 잔류화약과는 양에서 차이가 나고, 허공에 매달아 놓은 잔류화약 봉투를 그대로 관통했을 때의 에너지는 바닥에 놓인 쓰레기 봉투에 유탄이 떨어지는 충격과는 다른 것이어서 실험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검찰, 사격장 책임자들에게 금고 4년 구형
한편, 피고인 측 변호인이 화재원인에 대한 국과수 실험 결과를 부인하고, 사격장 업주와 관리인이 피고인 심문을 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자,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유가족들이 일어나 항의하는 등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날 공판은 무려 5시간 가까이 진행됐으며, 검찰은 사격장 업주와 관리인이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해 16명의 사상자를 낸 책임을 물어 이들에게 각각 금고 4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업주 이 씨와 관리인 최 씨 측은 '유족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면서도 검찰이 자신들을 기소한 근거 자료가 되는 국과수 감정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방화 등에 의한 외부적인 화재 가능성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7일 오후 선고공판을 열고 이들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