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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老風 오나" 긴장

조선일보 기자I 2004.04.02 21:41:18

유세 중단한채 노인단체 찾아 큰절 올리고 해명

[조선일보 제공] “60~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2일 모든 유세 일정을 중단한 채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정 의장은 이날 서울 세실레스토랑에서 대한노인회, 노년유권자연맹 등 노인단체 회장단이 주최한 규탄 기자회견장을 찾아가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하고 “저도 83세 노모를 모시고 사는데, 뭐라 사죄해야 할지 모르겠다. 백배 사죄한다. 진심이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돌아온 노인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변창남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은 “정 의장은 앞으로 60~70대 안 되는 줄 아느냐. 정 의장이 그런 말을 한 것은 바로 자신의 노모의 가슴에 못을 박은 것”이라고 비난했고, 노년권익보호당의 김정규씨는 “누가 이 나라를 지켜왔고, 경제를 이만큼 성장시켰는지 정 의장은 대답해보라”고 말했다. 40여분간 노인들의 성토가 이어진 뒤 정 의장이 ‘어르신 종합복지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하자 노인들은 “앞으로 지켜보겠다”며 행사를 마쳤지만, 일부 노인들은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악수를 청하는 정 의장의 손을 뿌리쳤다. 한 노인은 “정치인들은 잘못은 잘못대로 해놓고 그저 죄송하다고 말하면 다냐”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 당사 앞에도 노년권익보호당 서상록 명예총재 등 노인들이 몰려와 “정 의장은 말에 책임을 지고 정계에서 물러나라”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노모와 함께 성당을 찾아 참회 기도를 하는 등 ‘근신’했다. 당에도 비상이 걸려 전 지역 후보들에게 지역구의 노인정을 사과방문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려보냈다. 당직자들은 그간의 순항이 정 의장 말실수에 이은 ‘노풍(老風)’으로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나라당 한선교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 의장 발언은 60~70대를 반대세력으로 선전하며 20~30대 결집을 유도한 의도적 발언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고 민주당 김영창 부대변인은 “정 의장의 변명은 일시적으로 참회하는 척하는 ‘악어의 눈물’일 뿐”이라며 “어버이 세대의 준엄한 심판이 정 의장과 ‘불효막심당’인 열린우리당에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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