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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전쟁에 공급망 위태”…정부, 국산화 드라이브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 제도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을 거치며 확인된 공급망 리스크가 있다. 바이오의약품과 백신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부자재 상당수가 해외 기업에 의존하다 보니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릴 때마다 국내 기업들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일회용 백(Single-use Bag), 정제용 크로마토그래피 컬럼 및 필터류, 의약품 제조용 용매류, 약물을 미리 충전한 일회용 주사기인 프리필드시린지 등의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주요 바이오기업들의 원부자재 재고 관리에도 어려움이 발생했다. 현재도 이들 품목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 백신개발사 관계자는 “백신 제조에 사용되는 일회용 공정소모품과 일부 핵심 원부자재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며 “특히 일회용 백, 바이오의약품 제조 공정에서 배양액 등을 이송하는 멸균 튜브 세트인 튜빙 어셈블리, 필터 등은 안정적인 조달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생산 기반 확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부자재 기업은 세액공제·CDMO는 비용 절감 기대
이번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기업은 바이오 원부자재 생산설비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공급망 안정이 필요한 바이오 원부자재를 국가전략기술 세제지원 대상에 포함하면서 필터, 배지, 제한효소, 버퍼(바이오의약품 정제·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완충용액) 등 핵심 원부자재의 국산 생산기반 확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중에는 엑셀세라퓨틱스(373110)(세포배양배지 생산), 마이크로디지탈(305090)(일회용 세포배양시스템 및 일회용 백 생산) 등이 해당된다.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본부 담당자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과 필터, 배지, 제한효소, 버퍼류 등 원부자재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아직 생산시설 없이 기술 자립화 단계에 있는 원부자재 품목군도 다수 있는데 해당 품목들은 세액공제만으로는 상업화와 국산화를 앞당기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업들도 원부자재 국산화 확대에 따른 간접적인 수혜가 기대된다. 국내 원부자재 생산 기반이 확대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를 보다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조달 비용과 물류 부담 완화, 공급망 안정성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는 원부자재 생산기업에 돌아가지만, 실제 경제적 효과는 대량으로 원부자재를 사용하는 CDMO와 백신 생산기업에서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세액공제는 설비 투자 규모가 크고 대량 위탁생산(CMO)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생산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국산 원부자재 확대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더 크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 중인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CDMO 기업들이 이러한 공급망 개선 효과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기업들도 대표적인 간접 수혜 후보로 꼽힌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GC녹십자(006280), 유바이오로직스(206650) 등은 상업 생산 과정에서 특수 배지와 면역보조제(Adjuvant·백신의 면역반응을 높이는 물질)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부자재를 사용하고 있다. 향후 국산 원부자재 생산이 확대되고 품질 경쟁력이 확보될 경우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보다 안정적인 생산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국내 백신개발사 관계자는 “관련 품목의 국내 생산과 세제 지원이 확대되면 해외 공급망 변수에 따른 조달 위험을 줄이고 리드타임 단축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물류비와 재고 부담을 완화하고 국내 원부자재 기업의 기술 및 품질 경쟁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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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액공제만으론 부족”…트랙레코드 쌓을 생태계 필요
다만 업계에서는 세액공제만으로는 바이오 원부자재 국산화를 앞당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시설 투자뿐 아니라 실제 양산과 사업화, 초기 레퍼런스 확보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연계와 해외 진출 지원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초기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배양용 배지와 정제용 소재는 여전히 국산화율이 낮은 품목으로 꼽히는데, 문제는 기술 자체보다 신뢰도와 인증이다. 바이오의약품 제조사는 원부자재를 변경할 경우 추가 시험과 규제당국의 변경 허가를 거쳐야 하는 만큼 검증되지 않은 국산 제품을 쉽게 채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국내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이오 소부장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2차전지나 반도체 산업에 비해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현장에서 익숙해질 수 있도록 정부 교육기관에서부터라도 먼저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R&D 지원 역시 단순 기술개발을 넘어 사업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투자기업과 수요기업의 협업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로봇·반도체 등 이종 산업과의 산학연 협력을 사업화(R&BD)까지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본부 담당자는 “바이오산업은 신뢰성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인 만큼 소부장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다. 개발 기업이 개발부터 판매까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세액공제와 함께 테스트베드 구축, 수요기업 인센티브, 동등성 입증과 품질관리 컨설팅 등을 통해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실제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산 원부자재가 실제 채택 가능한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추가적인 제도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R&D와 생산 인프라 지원이 함께 이뤄져 트랙레코드가 축적되면 제품 생산과 납품이 늘어나고 세액공제의 정책 효과도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