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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첫날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이민자의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관세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관세 부과가 실현될 경우 미국의 농산물 공급망에 재정적, 운영적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국이 이웃 국가에 식량 공급을 얼마나 의존하는지 부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수입 채소의 약 3분의 2, 과일 및 견과류 수입의 절반이 멕시코에서 수입한다. 미국 아보카도의 약 90%, 오렌지 주스의 최대 35%, 딸기의 20%가 멕시코산이다. 특히 아보카도는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넣는 소비자가 늘면서 미국에서는 2019년 이후 수입량이 48%나 급증했다.
랜스 융마이어 미국 신선농산물협회 회장은 “미국 소비자들은 식료품점과 식당에서 품절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농산물 코너에서 더 적은 품목을 보게 되고 레스토랑은 과일과 채소를 적게 넣거나 양을 줄이는 등 메뉴를 재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류도 관세 부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맥주와 데킬라 수입은 지난해 멕시코의 대미 농산물 수입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미국 증류주협의회의 데이터에 따르면 마가리타(감귤류 과일이 많이 포함한 칵테일) 등 칵테일 제조에 사용되는 멕시코 데킬라와 메즈칼(용설란으로 만든 증류주)의 미국 수입액은 2023년 46억6000만달러로 2019년에 견줘 160% 급증했다.
농작물 재배에 쓰이는 비료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농민무역 단체인 미국 농장국연맹의 샘 키퍼 공공정책담당 부사장은 “농부들이 2020년보다 비료에 거의 50%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비료의 가격을 더 높일 수 있다”며 “지금은 농업 경제에 충격파를 보낼 때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미국의 농산물 무역 적자를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농무부의 최신 예측에 따르면 미국은 내년 농산물 무역에서 42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비수기 농산물과 멕시코에서 수입된 주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까지 더해질 경우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직 미 농무부 무역 관리 출신의 피터 타버 홀랜드앤드나이트의 변호사 겸 선임 정책 고문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은 2026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협상을 앞두고 양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과도한 관세는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무역 파트너로 여겨지게 하며 수출 시장에서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