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우영우 팽나무, 천연기념물 되나…팽나무 천연기념물 11곳 현황과 조건은?

강경록 기자I 2022.07.25 14:27:33

25일 문화재청, 창원 북부리 팽나무 지정조사키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와 관심 늘어
부산 구포동 팽나무 등 전국 11곳 천연기념물 지정
문화재청 “문화재적 가치 재조사 할 것”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창원 북부리 팽나무(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시골 마을인 창원 대산면 동부마을이 요즘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 마을 뒷편 언덕에 있는 500살 넘은 팽나무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면서다. 이 나무에 큰 관심이 쏠리면서 문화재청도 천연기념물이 될 만한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판단해 보기로 했다.

드라마에 나온 500살 넘은 팽나무에 사람 몰리는 이유

25일 문화재청은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8회에 등장한 창원 북부리 팽나무의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천연기념물 지정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극중에서 이 나무는 가상의 지명전 소덕동에 위치해 있어 ‘소덕동 팽나무’로 불린다. 드라마에서는 “어린 시절 저 나무 타고 안 논 사람이 없고 기쁜 날 저 나무 아래에서 잔치 한번 안 연 사람이 없고, 간절할 때 기도 한번 안 한 사람이 없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드라마에서 나무는 내용 전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소덕동 마을 주민들이 도로 건설로 피해를 보게 되면서 주인공 우영우가 있는 로펌인 한바다에 소송을 의뢰하는데, 수임을 거절하려 했던 한바다 변호사들은 팽나무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에 감명을 받아 소송을 맡기로 한다.

드라마가 방영된 뒤 동부마을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동부마을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팽나무 가는 길’이라고 적힌 안내 표지판을 걸었다. 또 우영우를 연기한 배우 박은빈도 자신의 SNS에 이 나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올려놨다. 이에 창원시는 공식 SNS에 동부마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팽나무의 수령은 약 500살로 추정된다. 높이는 16m, 나무 둘레는 6.8m로, 성인 4~5명이 안아야 될 정도의 크기다. 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최대 폭을 일컫는 수관폭은 27m 정도로, 같은 종류의 팽나무 중에서도 비교적 크고 오래된 나무에 속한다.

극중에서는 이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천연기념물이 아니다. 다만 보호수(역사적·학술적 가치 등이 있어 보호할 가치가 있는 나무)로는 지정돼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창원 북부리 팽나무(사진=문화재청)


500살 넘은 팽나무 중에서 천연기념물은?

팽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 남부 지방에서는 폭나무, 포구나무 등으로 불린다. 나무가 매우 크게 자라며 옛날부터 풍수지리설에 따른 비보림(裨補林)이나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防風林)으로 많이 심었다.

수령이 500살이 넘은 팽나무 중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례는 드러 있다. 부산 구포동의 팽나무는 나이가 5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18.2m, 둘레 5.74m이다. 구포역에서 백양산 방향으로 낙동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자라고 있으며, 줄기 아래쪽에 기이하게 나온 돌기와 여러 갈래로 발달한 가지가 웅장함을 보이고 있다.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는 나무로 신성시되어 왔으며 매년 정월 대보름에 제사를 지낸다. 부산 구포동의 팽나무는 오랜 세월동안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가운데 살아온 나무로 민속적·생물학적 자료로서의 보존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충남 예천 금남리 황목근은 나이가 5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는 팽나무다. 높이 12.7m, 둘레 5.65m이다. ‘황목근’이란 이름은 1939년 마을 공동재산의 토지를 팽나무 앞으로 등기 이전하면서 팽나무가 5월에 황색꽃을 피운다하여 황(黃)이란 성과 목근(木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이 나무는 오랜 세월동안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속에 자라왔으며 마을 주민 공동체 의식을 상징화하는 문화성과 함께 나무를 사람처럼 생각하는 특이한 점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고창 수동리 팽나무는 8월 보름에 당산제와 줄다리기 등 민속놀이를 벌이면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던 당산나무다. 마을 앞 간척지 매립 전에는 팽나무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배를 묶어 두었던 나무로 오랫동안 대동(大洞)마을과 함께해온 역사성이 깊은 나무이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들 중에서 흉고둘레가 가장 크며 수형이 아름답고 수세가 좋은 편이어서 팽나무 종을 대표할 만하다. 이들 팽나무 외에도 현재 9곳의 팽나무 또는 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조만간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나무의 역사와 생육 상태를 비롯해 문화재적 가치를 조사하고 마을 주민, 지자체와 함께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