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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잡기' 혈안된 공수처에 '윤석열 구하기' 적극 나선 보수 시민단체

이연호 기자I 2021.11.19 18:54:14

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수사 난항…관련 사건으로 외연 확장
19일 '월성 원전 고발 사주 의혹' 고발인 조사 진행
한동안 잠잠하던 보수 시민단체 '법세련' 활동 재개
박지원·여운국 등 尹 수사 관련 인물 잇단 고발 나서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난항을 겪자 관련 사건으로 수사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는 가운데,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윤석열 잡기’에 혈안이 된 공수처에 맞불을 놓으며 야당의 ‘윤석열 구하기’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입건 여부와 관계없이 공수처의 정치 편향적 수사 행태에 대한 비판 차원의 고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尹 수사 외연 빠르게 확장하는 공수처…“공수처 절박함 느껴져”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오후 ‘월성 원전 고발 사주 의혹’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고발한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사세행은 지난달 15일 해당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월성 원전 고발 사주 의혹’은 지난달 5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검찰이 월성 원전 사건 관련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제기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20일 월성1호기의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틀 뒤인 같은 달 22일 대검찰청에 수사 참고 자료를 보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국민의힘도 22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12명을 대전지검에 고발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측은 국민의힘이 이틀 만에 고발장을 작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 검찰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당시 국감에서 “해당 의혹을 조사 중”이라며 진상 조사에 나섰고, 대검 감찰부가 지난달 말 법무부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감찰을 진행 중이다.

현재 공수처는 윤 후보를 상대로 고발 사주 의혹에 더해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수사 방해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까지 총 4건의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사세행이 고발한 ‘장모 사건 대응 문건 작성’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야당 등에서 “윤석열 공격처”라는 비판까지 받는 공수처가 이처럼 윤 후보 관련 사건 수사 외연을 지속 확장하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월 9일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착수한 공수처는 대검찰청, 국회 등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핵심 피의자들인 손준성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소환했음에도 혐의 입증을 위한 핵심 단서를 찾지 못하면서 해당 수사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공수처는 사실상 윤석열 후보 기소에 명운을 걸어야 하는 처지기 때문에 절박함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수처 尹 압박 강도 높이자 보수 단체 법세련 활동 재개

윤 후보에 대한 공수처의 압박이 거세지자, 야당 측뿐만 아니라 한동안 잠잠하던 법세련이 활동을 재개하면서 윤 후보 구하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2019년 6월 유은혜 사회부총리 고발을 시작으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지속하며 ‘좌파 저격수’라는 수식어가 붙은 법세련 이종배 대표는 그간 100여 건의 고발장을 접수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다 지난 5월께 이후로 활동이 뜸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잇따라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법세련은 지난 17일 고발 사주 의혹 제보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공수처도 윤 후보 측이 같은 건으로 고발한 박 원장을 지난달 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판단에서다.

법세련은 다음 날인 지난 18일에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부적절한 통화’ 논란에 휩싸인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서를 접수했다.

‘부적절한 통화’ 논란은 지난 17일 한 매체가 여 차장이 최근 박 의원과 통화하고 저녁 약속을 잡았다가 취소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공수처는 두 사람의 통화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대화 내용에 수사 관련 내용은 일절 포함돼 있지 않았고 ‘22일 약속을 잡았다가 뒤늦게 취소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여 차장이 수사 외에도 대국회 업무 등 일반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전화를 회피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다고도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수처의 설명에도 대선 정국에서 윤 후보가 피의자로 입건된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여 차장이 경쟁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 대변인인 박 의원과 통화하고 저녁 약속 일정을 논의했던 것 자체로도 충분히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박 의원은 최근에도 국회에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윤 후보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야당은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19일 국회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공수처는 부적절하게 처신한 여운국 차장을 수사에서 배제하고 야당 후보 표적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촉구했다.

법세련은 오는 22일 김진욱 공수처장을 직무 유기,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종배 대표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특정 후보를 고려한 고발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공수처가 민주당이 고용한 사설 탐정으로 전락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윤 후보에 대해 너무 노골적으로 편향적 수사를 하는 공수처가 사실상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시민단체들의 고발은 더욱 넘쳐날 것”이라며 “입건 여부와 관계없이 사세행이나 법세련처럼 이미 유명해진 단체들의 경우 고발 행위 자체가 언론의 주목을 받기 때문에 이들은 이 같은 점을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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