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급등, 9월 급락…테슬라·애플에 무슨 일이 있었나?

조민정 기자I 2020.09.07 13:00:00

애플, 주식분할 발표 후 한 달간 71% 상승
테슬라, 기대심리 상승 후 매도량 증가로 하락
대형 기술주 하락세 현상, 전문가 의견 분분

[이데일리 조민정 인턴기자] 지난 8월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한 달로 불린다. 코로나19 사태로 저점을 찍은 주가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급반등하며 천정부지로 치솟은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지난 5개월간 나스닥 상승세를 이끈 테슬라와 애플은 국내 투자자의 주요 관심 기업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테슬라 보관(예탁) 규모는 36억 4350만달러(4조 3339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매수한 테슬라 주식을 시가로 계산한 금액이다. 2위는 애플로 19억 3895만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美 주요 기술주에 40억달러 콜옵션 베팅한 손정의

분할 후 수정가격 기준으로 지난달 각각 134.18달러, 498.32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애플과 테슬라는 9월 들어 급락세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 테슬라 주가는 15% 급락해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사실 테슬라 뿐 아니라 승승장구하던 미국 기술주들은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애플도 9.8% 하락했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6~7% 밀렸다. 4일 당일만 해도 알파벳(구글 모회사·-2.96%), 페이스북(-2.88%), 아마존(-2.18%), 넷플릭스(-1.84%), 마이크로소프트(-1.40%) 등 그동안 시장을 견인했던 기술주들이 일제히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테슬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 주요 기술주 관련 콜옵션을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콜옵션은 특정 기초자산을 만기일 혹은 만기일 전에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주가가 오를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구조다. 소프트뱅크가 사들인 콜옵션 약 40억달러어치는 실제 주식 500억달러어치를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뉴욕증시 급등락이 소프트뱅크의 콜 옵션 매수와 매도에 연관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소프트뱅크가 나스닥의 ‘고래’였다”고 표현했다. 펀더멘탈이 아닌 유동성이 끌어올린 뉴욕증시의 현주소다.

(사진=AFP)
◇애플, 주식분할 발표 뒤 급등... 분할 뒤엔 급락

애플은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증시가 동반 추락하던 시점 주식분할 수정가격 기준으로 56.09달러로 최저점을 찍고 5개월간 꾸준히 상승했다. 단말기뿐 아니라 콘텐츠를 함께 파는 애플의 사업구조가 코로나19 사태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주가를 견인했다. 애플은 주가가 급등해 1주당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져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자 주식분할에 나섰다.

주식분할 발표 당시 현재 수정가격 기준 종가 96.19달러였던 주가는 지난 1일 134.18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한 달 사이 약 71% 급등했다. 주식분할 직후 애플 주가는 3.98% 급상승했지만 지난 2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4일 120.9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애플의 주식분할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참고할 만한 선례가 있다. 대부분 종목은 분할 직전까지 주가가 상승하다가 분할 후 다소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애플을 포함한 다우지수 7개 종목은 분할 전 200달러까지 상승한 기록이 있다. 반면 분할 후 가격 조정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애플 주가는 주식분할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지난 2013년 분할 당시 애플 주가는 약 90달러였지만 최근 490달러까지 상승하며 약 5배 뛰었다.

지난 6개월간 애플 주가 그래프(사진=인베스팅닷컴 캡쳐)
◇호재·악재 변수 많은 테슬라… 3일간 18% 급락

테슬라는 주식분할과 더불어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 편입, 배터리데이에서의 신기술 발표에 대한 기대심리가 주가를 밀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유상증자 계획 발표, 2대 주주 지분 매각 등 악재가 겹치면서 폭락했다.

지난 3월 분할 수정가격 기준 72.24달러로 바닥을 찍은 테슬라는 애플과 달리 롤러코스트를 탔다. 급등락을 거듭해온 테슬라는 지난달 액면분할 발표 이후 주가가 70% 넘게 뛰었다.

S&P500 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 몫을 했다. 지난 7월 테슬라는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라 네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해 S&P500 지수 편입 조건을 갖췄다. 현재 테슬라는 나스닥에 편입돼 있는데 S&P 지수에 편입되면 ETF 펀드 자금 유입으로 장기적 유동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4일 S&P지수 편입에 실패하자 테슬라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7% 이상 급락했다. 오는 22일 테슬라가 앞으로 선보일 기술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하는 배터리데이가 마지막 요인으로 남아있다.

악재는 분할 이후 나타났다. 지난 1일 테슬라는 50억 달러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유상증자는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주식량을 늘리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 후 주가가 하락하지만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목적이라면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다. 테슬라는 구체적인 자금 집행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고 이날 주가는 4.67% 하락했다.

게다가 테슬라 2대 주주였던 영국 투자회사 베일리 기퍼드는 보유 지분을 6.32%에서 5% 이하로 줄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2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여러 악재 속 테슬라 주가는 최근 3거래일 연속 18.33% 하락하며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급락했다.

지난 6개월간 테슬라 주가 그래프(사진=인베스팅닷컴 캡쳐)
◇주가 폭락 이유 명확지 않아… 단기 조정 기간 vs 장기 하락 전조

두 개의 대형 기술주 하락에 대해 전문가 의견은 분분하다.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란 시각과 고평가된 주식이 원상태로 돌아오는 장기 하락의 시작이란 시각으로 나뉜다.

몇몇 전문가들은 기술주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뚜렷한 이유가 없는 만큼 단기적인 조정 기간이라고 말한다. 크리스 자카렐리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 수석투자가는 “투매를 촉발한 뚜렷한 원인이 없다”며 “수익 실현을 위한 조정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평가된 주식의 거품이 빠지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전문매체 모틀리 풀은 “액면분할 소식 이후 테슬라의 주가 급등은 비합리적이었다”며 “그 이후 (기존 주식을 희석하려는) 테슬라의 유상증자 발표는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테슬라의 급부상이 20여년 전 닷컴 버블을 떠올리게 한다고도 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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