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점차 빨라지는 주택가격 하락에 최대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게 된 스페인 은행권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집값 하락속도는 역대 최고수준이다.
14일(현지시간) 스페인 통계당국은 지난 1분기중 스페인 전국 집값 평균 하락률이 12.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4분기중의 5.0% 하락률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특히 이는 공식적인 통계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종전 최고였던 지난 2009년 2분기의 7.7%를 훌쩍 넘어섰다.
스페인을 유로존 네 번째 구제금융 지원국으로 만든 은행권 부실의 직접적 원인이 주택 버블 붕괴에 따른 부실자산 확대였던 만큼 이처럼 가속화되는 집값 하락은 은행권 손실을 더 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아이디얼리스타닷컴의 페르난도 엔치나르 리서치헤드는 "스페인 정부가 은행권이 보유한 부실 부동산에 대한 충당금을 더 설정하라고 요구하면서 오히려 집값 하락을 부추기는 역효과가 나오고 있다"며 "지금같은 상황에 집을 적극적으로 사려는 수요가 없을 것인 만큼 주택 보유자들은 가격을 내려서 팔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집값 하락추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10여년간의 부동산시장 버블이 꺼지면서 스페인 은행권은 현재 1800억유로 정도의 부실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은행들에게 총 840억유로에 이르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을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스페인 정부 의뢰로 은행권에 대한 자금 지원규모 등을 포함한 감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컨설팅사인 롤랜드 버거와 올리버 와이먼은 당초 시한인 21일보다 이른 18일쯤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또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스페인 은행권 자금 소요액을 600억~700억유로로 추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주 370억유로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던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이를 토대로 유럽연합(EU) 등에 구제금융 지원을 공식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