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01일자 25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이진우 성문재 기자] 홍수때 넘치는 물을 저장하는 유수지에 임대주택을 짓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금까지는 유수지를 축구장이나 생태공원 등으로 활용했지만 앞으로는 유수지 위에 콘크리트로 뚜껑을 만들어 덮고 그 위에 임대주택을 짓도록 할 계획이다.
도심에서 임대주택을 지을 땅을 구하기 어렵다는 고민에서 나온 고육책으로, 소관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조만간 유수지 활용에 관한 관계법령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국토해양부는 박상우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과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이 30일 만나 이같은 방안을 포함한 주택공급정책을 논의했다고 31일 밝혔다. 양측은 이날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신규 택지개발지 부족 등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데 한계가 있고, 특히 대학생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기숙사 확보도 시급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유수지를 포함해 도심내 가용 토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수지는 하천변의 땅으로 평소에는 풀이 자라있지만 홍수가 나면 물이 넘치는 곳이다. 서울시에만 52개, 면적으로 180만 제곱미터 규모의 유수지가 있다. 생태공원 등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마포구의 마포주차장처럼 복개를 통해 건물을 올려 쓰기도 한다. 강서구 가양동의 가양유수지도 일부 복개를 통해 지상3층 규모의 문화체육센터를 신축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도시계획시설규칙에 따르면 유수지에는 주택을 지을 수 없도록 되어 있지만 국토부가 이 규제를 풀어주면 서울시가 지하철역 근처 등 교통이 좋은 유수지를 임대주택 용지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라며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방안이 추진되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약한 임대주택 8만호 공급 계획이 보다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수지에 지을 수 있는 임대주택이 얼마나 될 지는 따져봐야 하겠지만 토지가 부족한만큼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작년 12월 6차 보금자리지구로 선정됐다 경전철 차량부지와 겹쳐 규모가 줄어들게 된 신정4지구의 임대가구 비율을 당초 50%에서 75%로 높이는 안도 국토부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또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으로 입주민들이 일시에 이주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전세난 등이 우려되므로 정비사업 일정을 사전에 조율하자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론적인 사항에 대해 다시 언급한 것일 뿐"이라며 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도 "특정 사업장의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전세값 폭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한시적으로라도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추진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어 주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척이 더딘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인근단지의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큰 틀에서 양쪽 주택정책실장이 만나 얘기한 것으로 세부적인 내용은 이제 실무진들이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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