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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에 흔들린 석유화학…韓 ‘감산 승부수’, 성장판 다시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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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I 2025.11.28 12:00:00

글로벌 공급 과잉에 침체…채산성 악화 직면
7~15% 감산 계획, 산업생산 최대 6.7조 감소
“설비 감축, R&D·고부가 전환 기회”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반도체가 한국 제조업 반등을 이끄는 사이, 석유화학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국내 경쟁력 약화 속에서 구조적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단기 성장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설비 감축과 투자 전환을 핵심으로 한 대대적 구조재편에 나섰다. 단기 성장률을 낮추는 쓴 약이지만, 이번 조치가 기업들의 설비 효율 개선과 연구·개발(R&D) 투자로 이어져 장기적 경쟁력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금호석유화학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의 경제적 영향 점검’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은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생산 5.6%, 수출 7.2%, 고용 2.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가스 등 후방 에너지 산업과 폭넓게 연결되고 자동차·반도체·2차전지·방산 등 핵심 산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만큼, 석유화학은 ‘산업의 산업’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초대형 설비 증설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공급이 급격히 확대됐다. 반면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교역 위축으로 신규 수요 창출은 제한적이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이 구조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나프타 기반 설비 중심이라는 구조적 취약성과 맞물려 채산성 악화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나프타 생산량을 1년 동안 약 7.5~15.2% 감축하겠다는 구조재편 계획을 내놓았다. 산업연관 분석을 바탕으로 한 추산에 따르면 이 감산이 현실화될 경우 2026년 국내 산업생산은 3조 3000억원~6조 7000억원 감소하고 부가가치는 5000억원~1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고용도 2500명~5200명 감소가 예상되며, 플라스틱·고무·자동차 및 부품, 전자·전지, 정밀화학 등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하는 전방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 감소의 파급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한국은행
그럼에도 이번 감산과 구조재편은 단순한 수요 부족 대응이 아니라, 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판단이다. 과잉 설비를 정리하고 비용 구조를 바로잡음으로써, 향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전환과 설비 현대화, 친환경 및 디지털 전환에 투자 여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핵심기업들은 누적된 수익성 악화로 신규 투자를 위한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설비감축 등으로 시설 운영비용 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기업들은 R&D 투자를 통한 생산설비 고도화 및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 제고에 매진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기업들이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해 3년간 약 3.5%씩 투자를 늘릴 경우, 구조재편으로 인한 단기 성장 감소분은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 연구팀은 “최근 중국을 포함한 주요 경쟁국들이 석유화학산업 구조재편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단기적 성장 손실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재편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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