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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중국 경제 전문가로 불리는 니콜라스 라디(Nicholas Lardy)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KB금융그룹 국제컨퍼런스’에 기조발표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라디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관련된 많은 오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크 차이나’는 잘못된 개념이라는 점을 첫 번째로 언급했다. 라디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미국 대비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GDP 디플레이터를 보면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약 16%이고 중국은 6%가 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3배 정도 높기에 명목 GDP가 과대하게 계산될 수 있다. 실질 성장률은 중국이 미국보다 두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오해는 내수 부진이 지목됐다. 라디 선임연구원은 “작년 가계 가처분소득이 6% 증가했고, 가계소비는 9% 증가했다”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소득 대비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올해 3분기까지 소득 증가는 5%였는데, 소비 증가는 6%”라면서 “저축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가 경제 성장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라디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빠졌다는 견해도 오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몇년 동안 근원 인플레이션이 1%가 되지 않는 상황이고,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서 대차대조표 침체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진 않다”고 주장했다. 가계소비가 증가하고 저축률이 감소하는 상황은 경기침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부동산에 대한 오해도 제시됐다. 라디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투자는 물론 감소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 감소폭이 착공만큼 줄지 않았다는 것이고 준공은 오히려 늘었다”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부동산시장의 안정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부동산 투자는 3분의 1 줄었지만, 착공은 50% 이상 하락했다.
민간투자가 부진하다는 점도 오해로 지적됐다. 라디 선임연구원은 “대부분의 민간투자 감소는 부동산 분야에 있다”며 “부동산 외 투자를 보면 작년 9% 이상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 3분기까지 보면 2100만개의 신규 기업이 등록됐다”며 “민간기업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외 부문을 보면 탄탄하게 민간분야가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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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라디 선임연구원은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중국이 중대한 경제적 역풍을 맞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결국 미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에 60%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수입품 감소량은 75%가 될 것”이라며 “따라서 관세 수입이 늘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예산 적자가 더 확대되고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고, 그러면 무역적자가 축소될 수 없을 것”이라며 “최근 주식시장 호황은 금리 인하 예상 아래 이뤄졌는데, 주식시장 조정도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