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는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AI 규제법을 통과시켰다. EU가 발의한 이 법안은 모든 AI에 같은 문제가 있다는 전제 아래 ‘고위험’으로 분류되면 방대한 규제를 일률적으로 가하는 형태다.
이로 인해 AI 빅테크는 물론 AI 스타트업 본사가 있는 독일, 영국은 이미 법안 통과 전부터 이를 반대해왔다. 프랑스는 ‘미스트랄 AI’, 독일은 ‘알프레드 알파’를 대표 AI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 유치와 데이터 이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기업들이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업을 주도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AI 기술에 규제를 가하면, 유럽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메타 등 기존 빅테크들도 AI 기술에 대한 규제가 혁신의 싹을 잘라낼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AI 활용 분야는 총 네 단계의 위험 등급으로 나눠 차등 규제한다. ‘고위험’ 등급은 의료·교육을 비롯해 공공 서비스나 선거, 핵심 인프라, 자율주행 등에서 AI 기술을 사용할 때 사람이 감독하도록 하고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범용 AI(AGI·사람과 유사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갖춘 AI)를 개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명성 의무’를 부여한다. AI를 활용한 실시간 원격 생체인식 식별 시스템 사용은 사실상 금지했다.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 개인을 평가하는 이른바 ‘소셜 스코어링’ 기술 활용은 원천 차단했다.
법안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최대 경제인 협의체인 비즈니스유럽의 마르쿠스 베이러 사무총장은 “광범위한 보조 법률과 지침의 필요성은 법적 확실성과 실제 법 해석에 대한 중대한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엠마 라이트 로펌 하보틀 앤 루이스 파트너는 “지난해 생성형 AI의 출시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의 변화 속도를 고려할 때 AI 규제가 빠르게 구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혁신 속도가 빨라 법안이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뒤늦게 AI 서비스 개발에 합류한 일부 기업들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아마존 관계자는 EU의회의 AI규제법 승인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안전하고 안전하며 책임감 있는 AI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자 EU, 업계와의 협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