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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2개에 눈물 흘려” 투신 고교생 구조한 어부가 말한 그날

강소영 기자I 2023.06.20 18:18:47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가양대교에서 투신한 후 떠내려가다 스티로폼 부표를 붙잡고 생사를 오갔던 17세 고등학생을 구조한 어부가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지난 18일 행주어촌계 어민인 김 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17세 고등학생) A군이 의식이 없는 상황이라 구조가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가 A군을 목격한 건 16일 오전 5시쯤으로 실뱀장어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가양대교 인근에서 스티로폼 부표를 붙잡고 간신이 버티고 있는 A군을 발견했다고. A군은 의식을 잃은 채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었고 저체온증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건장한 체격의 A군을 끌어올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배 높이가 가장 낮은 측면으로 뱃머리를 돌려 다시 시도한 끝에 구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군을 끌어올린 후 어민들의 쉼터로 가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난로를 피워 몸이 데워지도록 했다. 김 씨는 “의식을 회복한 A군이 아내가 끓여준 라면을 2개나 먹은 뒤 연신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당시를 전했다.

김 씨의 아내 또한 A군에 “너무 힘들면 언제든 놀러오라”며 주머니에 있던 2만 원을 쥐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살려주셔서 감사하다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A군은 지난 15일 오후 10시쯤 가양대교에서 한강으로 스스로 몸을 던졌다. 물에 빠진 후 1.5㎞를 떠내려오다가 어민이 쳐놓은 스티로폼 부표를 안고 7시간 가량을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한국해양구조협회 행주 구조대원으로 활동해온 김 씨에 의해 구조된 뒤 경찰에 인계됐다.

한편 경찰은 30년이 넘도록 구조활동을 벌여온 김 씨에 감사장을 전달하기로 했다. 경찰은 “김씨가 소중한 어린 생명을 살렸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준 그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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