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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납북 일본인 해결해야”…北 “이미 다 끝난 문제”
8일 오후 2시 기시다 총리는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납북 일본인 문제를 “가장 중요한 과제”라 언급했다. 그는 “모든 납치 피해자의 하루라도 빠른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며 “저 자신은 조건없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서기(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결의”라고 말했다. 취임 하루만인 지난 5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에서도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공조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그다.
북한은 납북 일본인 문제가 이미 과거에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일 리병덕 일본연구소 연구원 명의 게시글에서 “기시다 후미오 수상이 취임하자마자 일부 나라 수뇌들과 가진 대화에서 납치 문제를 상정시켰다고 한다”며 “납치문제는 우리의 성의와 노력에 의해 이미 다 해결됐으며 이것으로 완전히 끝난 문제”라고 적었다. 2002년과 2004년 당시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면서 그 때 이미 납북 일본인 문제는 국가 간 합의로 해결됐다는 설명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관련해 일본 측은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는데, 똑같은 논리로 북한에 반박당한 것이라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로 다 해결됐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으며, 기시다 총리는 당시 합의를 이끈 당사자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소신연설에서도 ‘다 끝난 일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한국이며, 국제법과 국가 간 약속을 한국이 위반하고 있다’는 입장을 에둘러 제시했다.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라며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도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언급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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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관계 개선을 외치면서도 기시다 총리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일평양선언에 따른 납치와 핵미사일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며 북일국교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하며 기시다 총리는 “원폭 피격지인 히로시마 출신 총리로서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기시다 총리의 소신연설에서 북한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일본을 향한 북핵 위협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불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북한은 일본을 향해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최근 북한은 변칙 궤도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낮은 고도를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요격망을 비집듯 복잡한 궤도로 날아가 요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고속 변칙 궤도 미사일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발사하면 현재의 일본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라는 우려가 자위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때부터 “미사일 요격체제 수준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보다 적극적인 방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평화헌법 위배 소지가 있지만, 무력공격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적 기지 공격이 실행되는 것이기에 선제 공격과는 구별된다는 설명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더욱 어려움을 더하는 가운데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와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을 개정하고 해상 보안 능력과 효과적 조치를 포함해 미사일 방위능력 등 방위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