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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유퀴즈에서 흔히 보시던 입체적인 자막을 일반인들도 모바일 앱 하나면 터치 몇 번으로 쉽게 만들어 넣을 수가 있습니다.”
정일회(33) 태나다 대표와 공동창업자 김대명(42)·이정은(36) 이사는 ‘태나다’ 앱을 선보이기 앞서 인기 예능 ‘유퀴즈’의 몇몇 장면을 보여줬다.
화면을 보니 단번에 이해가 간다. 유퀴즈 제작팀은 영상 곳곳에 벽이나 돌, 바닥 등의 공간을 활용해 글씨가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새겨져 있던 것 마냥, 혹은 실제 조각한 조형물로 세워놓은 것처럼 자막을 넣는 특수효과를 즐겨 사용한다.
태나다는 이러한 전문가급 자막 처리를 모바일 편집 도구로 간편하게 지원하는 앱 서비스다.
정 대표는 “유튜브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자막 편집을 하면서 처음 장벽을 느낀다”면서 “보통은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를 설치해 배워야 하지만 비싼 가격과 어려운 사용법에 가로막힌다. 그렇다면 외주를 맡기거나 질 낮은 영상을 스스로 편집해 제공하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다년간 축적한 AR역량, ‘자막’에 올인
태나다는 삼성전자(005930)에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부서에서만 최소 4년에서 길게는 10년씩 근무한 전문가 3인방이 함께 설립한 삼성전자 C랩 스핀오프 스타트업이다.
2019년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 C랩에 AR 기술을 활용한 영상합성 도구를 개발해 선보였고, 이듬해 5월 스핀오프해 태나다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스마일게이트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인 오렌지플래닛에 입주해 삼성벤처투자의 투자를 유치한 뒤 2020년 12월 첫 번째 앱 ‘태나다’를 공식 출시했다.
이들은 여러 AR·VR 기술을 다각도로 활용한 종합서비스보단 영상을 찍는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문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자막’에만 기술을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태나다는 초보 유튜버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품·서비스를 광고하고자 하는 소상공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정했다.
예컨대 화장품을 광고하려는 샐럽이 있다면 화면을 가리는 협찬자막 대신 제품이나 테이블에 글씨를 각인해 선보일 수 있고, 인터뷰 영상에서는 예능식 자막을 편리하게 적용할 수도 있다. 물론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나 프러포즈 이벤트, 학교 과제 등 일반인들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김대명 이사는 “최근에 메타버스라는 분야도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VR과 AR 콘텐츠 시장은 10년 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가진 기술로 조금 더 대중화된 서비스를 만들 순 없을지 고민한 끝에 태나다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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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자랑보단 대중적인 접근에 집중
대부분 영상편집 프로그램들이 돈을 주고 사야 하지만, 태나다는 ‘보상형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편집툴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구독모델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자 계획 중이다.
유튜버들의 최대 고민인 폰트 활용을 위해서도 ‘태나다 서체’로 만들어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쓸만한 서체들은 대부분 유료이기 때문에 초보 유튜버들은 보통 단순한 기본 서체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지금은 자막편집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AR·VR 시장의 진화에 발맞춰 태나다 앱도 점차 변화시켜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정은 이사는 “처음 삼성의 투자를 받아 독립할 때부터 기술만 가진 회사 또는 개인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이 직접 기술을 사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AR·VR 서비스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