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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부동산 업계에 떠돌던 “서울 집값 6년 연속 상승 불가”라는 말이 하나의 법칙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KB부동산 시세를 보면 지난 30년간 다섯 차례의 서울 집값 상승기가 있었다. ①1987~1990년 ②1994~1997년 ③1999~2003년 ④2005~2009 ⑤2014~2018년이다.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기는 5년이 최장 기간, 4년이 최소 기간이라는 점이다. 이는 곧 서울 집값은 6년 연속 오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첫 번째 상승기인 1987~1990년은 저달러·저유가·저금리로 이어지는 이른바 ‘3저 호황’을 누리던 때이다. 연 10%가 넘는 고도 성장이 지속된 데다 최초로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하는 등 경기 호황으로 시중에 여유자금이 넘쳐났다. 서울 집값도 덩달아 올랐다.
그 이후 1991년부터 3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하락세를 걷게 된다.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가 1991년부터 본격 입주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그러다 1994년부터 4년간 상승하던 서울 아파트값은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여파로 그 해 14.6%나 급락한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안돼 집값이 반등하더니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 동안 무려 77%나 치솟는다. 세 번째 상승기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을 골자로 한 ‘10.29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2004년 집값이 소폭 하락한 후 2005년부터는 다시 상승기로 접어든다. 이후 ‘집값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치솟던 서울 아파트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상승장을 마감했다. 그 이후 2013년까지 4년간 하락기를 겪은 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크게 올랐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하락하는 등 맥을 못추고 있다.
이처럼 서울 집값이 오름과 내림을 반복했지만, 상승기가 6년을 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주택 공급 주기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집값이 오르면 이내 주택 인허가 실적이 늘어난다. 이게 짧으면 2년, 길면 5년 이내에 입주로 이어진다. 결국 집값이 상승한 지 2년차부터 5년차까지 입주가 점차 늘어나는데, 이게 주택시장의 상승세를 짓누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서울 아파트값이 6년 연속 상승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매우 설득력 있는 근거로 작용한다.
마침 서울 집값 상승 5년차인 지난해 말 ‘송파 헬리오시티’(총 9510가구)가 입주하기 시작한 데다 올해 서울에서만 아파트 4만3106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입주 물량은 지난해(3만6698가구)보다 6400가구나 많다. 내년에도 4만915가구가 집들이할 전망이다.
최근 서울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만약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오를 경우 사상 최초로 6년 연속 상승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 30년간의 서울 집값 사이클 측면에서 볼 때 올해 서울 집값이 상승 반등하기는 힘들 것 같다. ‘6년 연속 상승 불가’의 법칙을 깨뜨릴 만큼 최근의 경기가 호황이거나 입주 물량이 부족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