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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경기는 전 세계 철강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다. 부동산 시장 자체가 타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다보니 신규 건축에 사용되는 철강의 양도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은 10억1900만톤(t)을 생산한 중국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철강 생산량(18억8820만t)의 54%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제는 중국 철강 업체들이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철강 제품을 저가로 타국에 밀어낸다는 데 있다. 특히 올해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국내로 유입되며 국내 철강 업체들이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포스코는 올 3분기 누적 전년 대비 32% 감소한 1조3303억원의 이익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1조274억원에서 2053억원으로 무려 80%나 급감했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은 중국산 후판과 수입산 열연강판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다. 산업부는 지난 10월 중국산 후판 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에 돌입했다.
최근 급등한 환율도 고민거리다. 대부분 철강재 생산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 등을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높을수록 원재료 비용도 늘어나는 구조기 때문이다. 26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65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환율은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1460원을 넘는 상태인데, 5거래일 연속 환율이 145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내추럴 헤지(natural hedge)를 활용해 달러 강세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내추럴 헤지란 철강 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외화로 유연탄과 철광석 등 주요 원료를 사들이는 방식을 말한다. 포스코의 경우 이 방식으로 원재료 구매 대금의 약 90%까지 대응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로 내추럴 헤지 방식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을 대부분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례적인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재무 조직에서 환율 변동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으며, 현대제철 관계자는 “급등한 원재료 가격을 판매가격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