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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정현 체제, ‘흙속의 진주’ vs ‘분열의 전주곡’(종합)

김성곤 기자I 2016.08.10 15:02:05

이정현 대표, 계파종식·당화합 강조하며 국민우선 기준 제시
8.9 전대, 친박 ‘절대 다수’ 재확인…‘몰락’ 비박계 소외감 심화
당청관계 순항 전망 우세…대야관계는 현안마다 지뢰밭 즐비
내년 대선국면, 반기문 대망론 확산 속에 비박주자 이탈 가능성 제기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당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후 전당대회 유세기간에 들고 다니던 배낭을 보이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기적이 일어났다.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의 신임 당 대표의 자리에 오른 것. 보수 정당 역사상 호남 출신이 대표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까지 그동안 새누리당과 전신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모두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가히 혁명적인 변화다. 그러나 앞으로 이 대표의 어깨에는 무거운 짐이 놓여있다.

이정현 대표 체제의 새누리당은 순항할 수 있을까? ‘흙속의 진주’라는 기대와 ‘분열의 전주곡’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교차한다. 우선 호남 출신이 당 대표에 오른 만큼 외연확장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게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부족한 2%를 채운다는 것. 다만 박근혜 대통령과의 특수관계라는 한계 탓에 최악의 경우 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상반된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친박, 與 절대다수 재확인…비박, 소외감은 계파갈등 뇌관

새누리당은 이번 전대에서 친박이 절대 다수라는 점을 증명했다. 오죽하면 ‘도로 친박당’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당 대표 선거에서 이정현 대표는 40.9%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비박 단일후보인 주호영 의원은 29.4%에 불과했다. 범친박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주영(19.9%)·한선교(9.9%) 의원의 득표율까지 고려하면 70% 이상이 친박이다. 친박은 총선참패 책임론에서 상대적으로 홀가분해졌다. 박근혜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명분으로 당 운영을 주도해나갈 태세다. 문제는 비박계의 대몰락이다. 당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참패를 기록했다. 강석호 최고위원만이 턱걸이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이정현 대표는 10일 첫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새누리당에는 친박과 비박,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다”면서 “모든 판단 기준과 잣대는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화합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다만 강석호 최고위원은 “국민과 당원이 의문을 갖고 있는 사항을 하나씩 밝히고 투명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핵심실세의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한 것.

친박의 표정관리와 비박의 관망 분위기 속에서 계파갈등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공산이 크다. 다만 전대과정에서 드러난 극심한 분열상을 감안할 때 뇌관은 언제든지 터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정치력이 주목되는 이유다. 향후 당직인사에서 비박계를 어느 정도 배려하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순풍에 돛 단 당청관계 vs 험난한 갈등 예상되는 대야관계

당청관계는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무명의 호남당직자인 이 대표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발탁했다는 특수성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가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냈다는 점에서 당청간 원활한 소통이 기대된다. 이 대표는 이날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대통령·정부와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처럼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당청일체론을 강조했다. 다만 수직적 당청관계 우려 가능성에는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박 대통령도 이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를 11일 청와대 오찬회동에 초청하며 힘을 실었다. 이러한 관계는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 시절 박 대통령을 만나기 어려웠다고 토로한 것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대야관계는 험난한 갈등이 예상된다. 호남 출신 여당 대표의 등장에 호남을 텃밭으로 둔 야당의 기대감이 없지 않지만 비관론이 우세하다. △사드배치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 △세월호 특조위 기한 연장 △서별관회의 청문회 △추경안 처리 등 주요 이슈에서 여야의 접점찾기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의 긴장감은 상당하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협조만으로는 절대로 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청와대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하는 길을 택한다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기문 與 대선후보 사실상 확정 vs 비박주자 이탈 가능성 우려

이 대표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내년 대선국면에서 정권재창출과 이를 위한 공정한 대선경선 관리다. 이 대표는 전대 과정에서 슈퍼스타 K 방식의 오디션을 통한 대선후보 선출을 주장해왔다. 여권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부족했던 역동성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상황은 쉽지 않다. 친박의 전대 압승으로 반기문 대망론이 보다 공고화됐기 때문. 당 일각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사실상 내정된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유력 비박주자들은 사실상 설 땅이 없는 셈이다. 대선경선에서 나서더라도 들러리나 페이스메이커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친박 패권주의가 보다 강화되면 내년 대선국면에서 비박계 주자들이 정치생명을 건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헤쳐모여식 정계개편 과정에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것.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정현 체제의 새누리당은 웰빙정당의 이미지를 벗으면서 외연확장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이 대표의 자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비박들이 내년이나 올해말 모종의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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